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서 한발 물러선 국민연금관리공단(이하 국민연금)이 시선을 바다 넘어 영국 쪽으로 돌린 분위기다.
박해춘 국민연금 이사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방한 중인 영국 앤드루 왕자와 면담한 뒤 기금의 해외투자 상호 협력방안에 관해 논의한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날은 국민연금이 대우조선 인수전에서 사실상 발을 뺀 날과 일치하기도 하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최근 미국 발 금융위기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도 했으며 향후 위기 대응 시 서로 긴밀하게 협조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또한 한국에 영국계 금융기관 소속 아시아 본부를 두는 일과 관련해서도 의사타진이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박 이사장은 “공단은 해외투자와 관련한 외국운용사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주의 깊게 관리하고 있다”면서 “영국 관계 당국도 우리의 노력에 협력하여 달라”고 주문했다.
또한 박 이사장은 “영국을 통한 해외투자 규모를 공단이 늘리게 된다면 영국도 영국계 금융기관의 아시아 본부 위치를 홍콩, 싱가포르 대신 서울에 뒀으면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앤드루 왕자는 “상호 이해증진을 위해 노력하자”면서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역량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이 해외사무소를 런던에 둔다면, 전 세계 시장에의 투자 다각화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앤드루 왕자는 영국계 금융기관 아시아 본부의 한국진출과 관련 “한국의 규정 등이 맞는다면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면서 “국민연금 관계자가 영국을 방문해 영국 자산운용사와 모임을 갖고 아시아 본부를 서울에 두는 것을 요청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자리에는 공단 측의 김선정 기금운용본부장, 곽대환 해외투자실장, 김문수 대외협력팀장과 영국 측의 마틴 유든 주한 영국대사, 왕실관계자, 영국무역투자청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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