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뒷돈’ 의혹에 흔들리는 남중수 KT호(號)

2008-10-0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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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계, 하반기 시장침체 예상…대안마련 시급 = 검찰, ‘뒷돈’ 루트 정황 포착…협력업체 압수수색 = SKT-LGT, 사업확장 호기(好期)…시장강화 본격 = 재계, 전방위 수사에 불안…벙어리 냉가슴 앓기만

   
남중수 KT 사장
 
KTF 조영주 전 사장 구속으로 시작된 검찰 수사가 모 기업 수장인 KT 남중수 사장으로 확대되자 관련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업계는 또 그동안 SK브로드밴드, KT, LG파워콤 등 3사가 각각 방통위로부터 수십일간 영업정지를 받아 침체돼 있던 통신시장이 이번 조 전 KTF 사장과 남 사장 사건으로 더욱 침체되지는 않을지 불안해하고 있다.

이는 검찰이 이미 남 사장이 그동안 협력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아왔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업계는 조만간 남 사장이 검찰에 구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계 역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주가하락 및 경영공백 등이 발생, 사업 추진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에 최근 전방위로 확대되는 검찰 수사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고 있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KT와 KTF CEO에 대한 비리혐의 수사가 오히려 통신시장에 활성화를 가져올 것 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통신시장이 일시적 위축은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텔레콤에게 시장을 확대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어 한 쪽으로 치우쳐 있던 시장의 불합리적인 경쟁체제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완전한 경쟁체재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인 침체기에 빠져있는 국내 통신시장이 하반기 IPTV 등으로 재기를 꾀하려고 했는데 이번 KTF와 KT의 비리사건이 불거져 안타깝다”며 “죄를 지었으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겠지만 시장침체가 장기화 될 우려가 있는 만큼 검찰도 이에 대해 참고를 해 줬으면 하는 바램이다”라고 말했다.

◆ 남 사장 구속으로 이어질 듯.

조영주 KTF 전 사장을 구속한 검찰의 칼날이 남중수 KT 사장에게 향하면서 남 사장의 검찰 구속에 관한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KTF 사건 발생 직후만 해도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는 검찰수사가 남 사장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미 남 사장이 납품업체로부터 정기적 또는 비정기적으로 수억여원의 금품을 수수한 정황을 포착, 납품업체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수사망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윤갑근 부장검사)는 최근 KTF 납품업체 관계자가 남 사장 부인의 지인 명의계좌로 1억여원을 송금했으며 일부 대리점으로부터 정기적인 상납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U사, S사 등 KT와 KTF의 토직자들이 주축이 된 납품업체들이 수년간 KT와 KTF에 납품가격을 조작하는 방법으로 ‘뒷돈’을 제공해 왔다는 첩보를 입수, 이들 업체들의 사무실 및 임원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납품 명세 및 회계장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발 빠르게 이어지면서 업계는 남 사장 역시 조 전 KTF 사장과 마찮가지로 구속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검찰이 이미 남 사장에 대한 비리혐의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남 사장도 구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가뜩이나 침체돼 있는 통신시장이 이번 일로 더욱 침체될 것이 아닌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KT 악재는 SKT와 LGT의 호재(?)

KTF에 이어 모 기업인 KT마저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텔레콤에게는 오히려 호재(好材)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TV(IPTV)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KT와 3세대(3G) 시장을 이끌고 있는 KTF를 뛰어넘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KT와 KTF 역시 양 사 수장들이 비리혐의로 검찰에 구속됐거나 수사를 받고 있어 회사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상황이기 때문에 SK텔레콤과 LG텔레콤의 시장강화 정책을 눈 뜨고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를 반영하듯 KT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워오던 IPTV 상용화 서비스를 코 앞에 두고 영업·마케팅·광고활동 등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쇼’로 돌풍을 일으켰던 KTF 역시 회사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어 3세대(G)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 1위 자리를 내줄 위기에 몰렸다.

반면 SK텔레콤 입장에서는 가장 먼저 영업정지라는 초유의 사태를 감내한 SK브로드 밴드(구 하나로텔레콤)가 IPTV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우뚝 설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국내 IPTV 시장을 선도했지만 최근 KT에게 밀려 2위로 떨어진 SK브로드밴드로서는 이번  남 사장에 대한 수사를 시장 강화로 활용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기 때문이다.

최근 SK브로드밴드라는 사명을 변경한 것은 물론 결합상품 품목을 보다 세분화 하고 강화시킨 것 또한 이 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오는 30일 서울과 경기지역에서 실시간 방송이 포함된 IPTV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SK브로드밴드는 우선 100메가급 망이 갖춰진 서울과 경기지역에서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뒤 2009년부터는 지방에도 망 확충을 통해 실시간 IPTV 서비스가 가능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LG텔레콤도 지난 달 23일부터 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에만 한정했던 ‘LG파워투게더’ 할인 범위를 인터넷전화까지 확대시켜 통합 상품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어 KTF가 조 전 사장 게이트로 인해 3G 시장 1위라는 위치가 급속도로 흔들리고 있는 상황을 놓치지 않고 KT와 KTF에서 빠져 나온 가입자를 유치해 시장 선두 자리를 노린다는 입장이다.

LG텔레콤이 역시 그동안 통시시장의 만년 꼴찌를 탈출할 수 있는 적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최근 내놓은 myLG070과 LG파워콤의 엑스피드를 묶은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 결합상품을 통한 시장 강화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분당 소재 KT 본사 전경
 

◆SKT·LGT, KT-KTF 합병반대

KT와 KTF의 합병이 올 해 안에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특히 KT가 이달 말 또는 내달 초 양 사 합병에 대해 공식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남 사장의 검찰 수사로 인해 그 결과에 관계없이 발표를 미룰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수장들의 비리 혐의로 인한 KT와 KTF의 합병이 늦어질 수 있을 것이란 예측에 그동안 합병 반대를 외치던 SK텔레콤과 LG텔레콤 양 사 모두 반기고 있는 분위기다.

양 사 모두 공식적으로 KT와 KTF의 합병을 반대한다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유선시장 1위와 무선시장 2위 업체가 합병함에 따라 유선의 영향력이 무선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높은 것에 대한 거부감이 강했다.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지난달 19일 제주에서 열린 애널리스트 대상 'SK텔레콤 사업설명회'에서 공개적으로 "KT와 KTF가 합병하면 시장의 공정경쟁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면서 합병 반대를 언급했다.

또 김 사장의 발언 시점이 KTF 조영주 사장이 중계기 납품업체 리베이트 의혹에 따른 검찰수사가 급진전 된 상황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LG텔레콤 역시 정일재 사장이 공식적으로 합병반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내부적으로는 합병을 반대한다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텔레콤 관계자는 "KT와 KTF가 합병을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양 사 합병이 시장에서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 검찰 수사 확대에 벙어리 냉가슴 앓이

KT와 KTF의 사태를 지켜보는 재계 역시 통신업체들과 다를 바 없다. 최근 ‘비리 수사’라는 명분으로 빠르고 날카롭게 진행되고 있는 통신시장에 대한 검찰 수사의 칼날이 언제쯤 자신들에게 향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또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불황에 사실 여부를 떠나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는 것 만으로도 주가가 떨어지고 경영공백으로 인해 사업 추진에도 큰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비자금, 금품수수 등 비리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CJ, 효성 등의 주가가 비리혐의에 대한 언론보도 후 급격히 하락한 것이 그 예이다.

또 배임혐의로 그룹총수가 조사를 받고 있는 동양그룹의 지주회사인 동양메이저 주가 역시 빠르게 하락했으며 주가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대상그룹 역시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검찰의 비리혐의 수사로 인해 경영공백이 커 회사를 제대로 운영할 수 없을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최근 세계적인 경기침체 영향으로 국내 기업들 또한 한치 앞을 보기 힘들 만큼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이런 가운데 검찰이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전방위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국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 또한 “KT와 KTF에 대한 검찰 수사는 기업을 압박하기 위한 것은 아닐 것”이라며 “검찰의 성역없는 수사를 인정하면서도 어려운 시기에 기업활동이 위축되는 것은 결콜 좋은 것 많은 아닌 듯 싶다”고 말했다.

박용준 기자 sasori@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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