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잇달아 부동산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시장은 꿈쩍도 않고 있다. 지방 미분양대책에도 미분양 주택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각종 재개발ㆍ재건축 및 세금 관련 규제를 풀기로 했지만 거래는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규제 완화 수위가 시장 기대에 못 미쳐 수요를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출 규제를 과감히 풀어 부동산시장으로 자금이 흘러 들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새 정부 들어 발표된 첫 부동산대책은 지난 6월 11일 발표된 지방 미분양대책이다. 대책에는 한시적인 담보인정비율(LTV) 상향(60→70%)과 취득ㆍ등록세 및 양도세 완화 방침이 담겼다.
하지만 정부는 대출 규제 완화의 전제조건으로 분양가를 10% 낮출 것을 요구해 업계의 부담만 키운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시적인 거래세 완화 역시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주택업계의 대체적인 전망이었다.
우려 섞인 전망은 현실로 나타났다. 국토부 집계 결과 지난 6월 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한달새 2만가구 가까이 늘어난 15만가구에 육박했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증가분의 65%에 달했다.
주택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분양 사태 등 주택업계의 위기 요인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대출 규제로 시장에 돈이 돌지 않는 것"이라며 "시장에서 이미 예견된 세제완화나 절차 개선 등으로는 수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 이어 나온 대책들도 시장을 활성화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정부는 도심 개발 촉진을 위해 재건축ㆍ재개발 규제를 완화한 8ㆍ21대책에 이어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를 감면하는 내용의 9ㆍ1세제개편안, 9ㆍ21 도심 공급확대 방안, 9ㆍ23 종부세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시장 반응은 무덤덤했다.
대책의 핵심이 도심 중심의 공급 확대와 세제 완화에 있을 뿐 수요를 끌어모을 만한 당근이 없었던 탓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자는 "수천만원 이상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나와도 문의전화조차 없다"며 "경기 침체도 문제지만 대출 규제로 자금줄이 막힌 상황에서 제돈을 주고 아파트를 살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값은 지난 4월 이후 줄곧 상승폭을 좁히다 지난달에는 전월보다 0.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 4월보다는 0.9%포인트, 7월보다는 0.2%포인트 상승폭을 거둔 것이다.
서울의 경우엔 가격 상승세 둔화 정도가 더욱 뚜렷하다. 서울 아파트 값은 지난 4월 전월 대비 2.0%나 올랐지만 지난달에는 보합세에 머물렀다. 사정은 이달 들어서도 마찬가지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아파트 값 변동폭은 0.0%를 기록했고 6개 광역시와 지방만 0.1% 상승했다. 거래부진 때문이다.
정부는 다음달 중 재건축·재개발 등과 관련한 수도권 규제 완화 방안을 또 다시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음 대책에서 정부가 대출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낼지는 불투명하다. 미국발 금융쇼크 파장이 워낙 큰 탓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 기대감이 없는 상황에서는 대출 규제 완화만이 주택 수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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