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양대 국책모기지업체에 대한 구제금융 결정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 신용위기 사태를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대두되고 있지만 미국 정부의 국책모기지업계 국유화 결정에 한숨이 늘어가는 곳도 있다.
패니매와 프레디맥 등 이른바 '빅2' 모기지에 대한 구제금융이 '약'보다 '독'으로 작용하고 있는 곳은 지역은행을 비롯해 양사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이다.
신용위기가 본격화된 지난해 7월 이후 '빅2'의 주가는 이미 90% 가까이 급락한 상태. 정부의 구제금융 결정 이후 미국증시의 문이 열린 8일(현지시간)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이날 다우지수는 300포인트 가까이 상승하며 1만1510.74를 기록했고 S&P500 역시 2%가 넘게 상승했다.
사진: 정부가 '빅2' 모기지에 대한 구제금융을 발표하자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주가는 90% 폭락했다. |
투자자들의 근심이 쌓이면서 거래량 역시 엄청나게 증가했다. 이날 패니매 주식은 지난 3개월 평균치인 7400만주의 6배에 달하는 4억3000만주가 거래됐으며 프레디맥의 주식 역시 평년 수준의 4배에 달하는 3억주가 거래됐다.
신용평가기관 S&P가 양사의 우선주와 보통주 신용등급을 11단계나 떨어뜨린 사실도 투매 현상을 이끌었다.
오크트리 애셋 매니지먼트의 로버트 파블릭 수석 투자전략가는 "양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투자자들에게 국유화 조치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해 이번 조치로 양사의 주주들이 가장 큰 피해자일 수 밖에 없음을 시사했다.
월가 머니매니저들 역시 정부의 '빅2' 국유화 조치로 직격탄을 맞았다. 레그메이슨 밸류 트러스트(LMVT)의 빌 밀러 매니저는 지난주 프레디맥의 주가가 5달러로 떨어지자 주가가치가 지나치게 하락했다고 판단, 3000만주를 추가 매입했지만 휴지조각이 된 주식만 남았을 뿐이다.
'빅2' 모기지 우선주를 대거 보유한 상업은행과 저축은행, 보험사들 역시 상당한 후유증에 시달릴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필라델피아 지역은행 소버린 뱅콥은 '빅2' 주식에 5억5800만달러를 투자했으며 케이트웨이 파이낸셜 홀딩스는 전체 자산의 3분의1을 양사 주식 매입에 쏟아부었다.
미국 역사상 사상 최대 규모의 구제금융 단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출현하고 있다. `상품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는 미국 정부의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국유화 조치가 "미국이 중국보다 더 사회주의라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라면서 "이는 부자를 위한 것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국유화 조치가 장기적으로 어려움만 가중시킬 것이라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번 '빅2' 모기지 국유화 조치에 따른 최대 승자는 아니러니하게도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최고경영자(CEO)들이다.
회사는 엄청난 손실과 부채에 허덕이게 됐지만 이들은 퇴임과 함께 엄청난 퇴직금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다니엘 머드 패니매 CEO는 퇴직과 함께 모두 930만달러를 지급받을 것이라면서 프레디맥의 리처드 사이론 CEO 역시 1410만달러의 퇴직 수당을 받게 된다고 보도했다.
중국 인민은행 등 아시아 중앙은행들 역시 '빅2' 모기지 국유화로 한시름 놓게 됐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재무부측이 모기지 국유화 결정에 앞서 중국을 비롯해 한국과 인도 등 아시아 주요 중앙은행을 비공식적으로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S&P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인민은행이 보유한 '빅2 모기지 발행 채권 규모는 3400억달러에 달한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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