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채권시장 '심상치 않네'

2008-06-11 07:36
  • 글자크기 설정

연준 금리인상 기대감 ↑ 주식·채권 동시 약세

   
 
<사진설명: 벤 버냉키 FRB 의장은 미국 경제의 하강 위험이 줄어들고 있으며 장기적인 인플레 기대치가 상승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채권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으로 인플레 폭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중앙은행의 고위 관계자들이 일제히 금리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채권금리가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11일(현지시간) 뉴욕채권시장에서 2년물 국채 수익률은 2.90%대를 넘어서면서 올들어 최고치로 치솟았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미국 경제의 하강 위험이 줄어들고 있으며 장기적인 인플레 기대치가 상승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이 채권 가격을 떨어뜨리면서 채권금리의 급등으로 이어진 것이다.

ICAP오스트레일리아의 매튜 존슨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버냉키 의장의 발언 이후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 채권금리의 상승으로 이어졌다"면서 "채권금리가 이틀에 걸쳐 이처럼 크게 오른 것은 1985년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물가 시대를 맞아 금리상승 기조 진입을 앞두고 있다면서 채권시장의 대대적인 약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되는 연방기금금리선물은 연준이 연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88% 반영하고 있다.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전해지기 전에는 금리인상 가능성이 62%정도를 나타냈다.

MF글로벌싱가포르의 케니 보로비츠 채권 거래 담당자는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채권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했다"면서 "오스트레일리아와 일본 국채 역시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전일 런던에서 거래되는 미국 2년물 국채 수익률은 17bp 급등해 2.88%까지 올랐다.

   
 
미국 주요 채권금리 추이 <출처: 야후파이낸스>

2년물 금리는 금리변화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대표적인 단기 실세금리로 전문가들은 1주일 안에 3%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ICAP오스트레일리아의 존슨 이코노미스트는 "2년물 금리가 이번주 안에 3%까지 오를 것"이라면서 "연준은 인플레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으며 이는 채권 매도세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UBS의 윌리엄 오도넬 채권 투자전략가는 "채권시장이 급격한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연준이 채권가격 급락을 불러왔다"고 밝혔다.

채권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것은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 주요 시장에서 채권 가격이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버냉키의 발언 이후 일본의 5년물 금리는 13bp 올라 1.4%대를 넘어섰고 오스트레일리아의 5년물 금리는 18bp 급등한 6.84%를 나타냈다.

블룸버그를 통해 전문가들은 당초 미국 2년물 금리가 이번달 2.35% 선에서 마감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은 반대로 움직이는 것이 정상이다. 채권시장이 약세를 보이면(금리 상승) 증시가 강세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채권금리의 급등은 증시 약세와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신용위기 여파가 가시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인플레 압박이 고조되고 달러가 약세를 나타내는 불안한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자본시장 역시 왜곡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채권 가격이 단기에 지나치게 하락했다며 매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커먼웰스뱅크의 아담 도날드슨 채권 리서치 부문 책임자는 "채권시장이 매수권에 접어들었다"면서 "인플레 압박과 경제 성장 둔화는 결국 증시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투자자금은 결국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SCM어드바이저의 맥스웰 루빌츠 수석 투자전략가 또한 "현재 채권 가격은 지나칠 정도로 싸다"고 평가했다.

한편 인플레 논쟁과 채권금리의 단기적인 향방은 13일 공개되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최근 에너지 가격의 급등이 미국 소비자물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5월 CPI가 전월과 같이 3.9%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