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록 산업은행 총재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정부가 산업은행 민영화에 앞서 올해 안에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데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산업은행의 권위주의적 행태를 비판한 것도 조기 사퇴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김 총재가 12일 금융위원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13일 밝혔다. 지난 2005년 11월 취임한 김 총재가 임기를 7개월 가량 남겨둔 상태에서 사퇴한 것은 정부가 올해 안에 산업은행을 지주회사로 전환키로 함에 따라 새로운 경영진 구성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가 산하 금융공기업 수장들의 교체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김 총재의 사표 제출은 다른 금융공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은 이사장 임기가 2~3개월밖에 남지 않아 이번에 교체될 전망이다. 주택금융공사도 전임 사장이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함에 따라 신임 사장 공모 절차를 밟고 있다.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 및 계열사 수장들에 대한 교체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김 총재를 비판한 것도 조기 사퇴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말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김 총재를 거론하며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고 공개 비판한 적이 있다.
한편 산업은행 민영화는 늦어도 오는 2010년까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미일 순방 대국민 기자회견 자리에서 "산업은행 민영화를 3년 안에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초 4년쯤 걸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시장 상황이 변하면서 3년 안에 마무리짓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기획재정부에서 제기한 메가뱅크 방안에 대해서는 "산업은행을 단독으로 민영화하는 방안과 우리금융, 기업은행을 합쳐 매각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며 "의견충돌이 아니라 여러 의견을 검토해보자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글로벌 금융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도 세계와 경쟁할 수 있도록 금융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메가뱅크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며 "다만 이 때문에 산업은행 민영화가 지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 '아주뉴스'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