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칩에서 나는 열은 제품의 성능을 크게 떨어뜨리고 수명을 단축시키게 된다. 때문에 집적도를 높이려면 반드시 열을 잡아야 한다.
처음에는 공기와 접촉면을 늘리는 방식이 사용됐다. 인텔은 1990년대 초반 ‘80386’과 ‘80486’ 마이크로프로세서 칩셋을 만들면서 울퉁불퉁한 요철 표면을 만들어 열의 발산을 돕도록 했다. 하지만 칩의 집적도가 크게 높아진 펜티엄 모델부터는 작은 선풍기(팬)를 다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팬 때문에 컴퓨터를 키면 ‘윙~’하고 귀에 거슬리는 소음이 생긴다.
애플(Apple)이나 히타치(Hitachi)는 부동액을 섞은 물을 순환시켜 CPU(중앙연산장치) 등에서 발생하는 열을 방출시키는 방식을 채택했다. 냉각수가 수 mm의 알루미늄 파이프를 따라 돌며 칩에서 발생하는 열을 빼앗아 밖으로 뽑아내는 ‘에어컨 방식’도 사용된다.
칩에 냉각수를 직접 뿌리는 다소 엽기적인 방식이 등장하기도 했다. 미국 휴렛 패커드사가 2002년 발표한 잉크젯 프린터 노즐로 칩에 직접 물을 뿌리는 ‘샤워식 냉각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칩 자체에 냉각장치를 달자는 아이디어도 있다. 미국 퍼듀대 서레시 갈리멜라 교수팀이 제시한 ‘이온풍력엔진’은 칩 스스로 냉각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이 밖에도 칩 표면에 냉각수나 냉각용 액체금속이 흘러가는 미세 파이프를 만드는 방법이 스탠퍼드대, 조지아공대, 퍼듀대 등에서 연구되고 있다.
최근에는 아예 열의 발생을 줄이는 반도체칩을 설계하자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2중 게이트’와 ‘전면 게이트’ 설계가 대표적이다.
2중 게이트는 1989년 일본 히타치사가 처음 내놓은 것으로 트랜지스터의 소스에서 드레인으로 전류가 흐르는 실리콘 통로 아래위에 게이트를 2중으로 배치시키는 방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장피에르 콜린즈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게이트 전극이 전류통로 전면을 감싸는 구조인 전면 게이트 트랜지스터를 설계했다. (글 : 유상연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