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단독 민영화를 추진해 온 금융위원회에 맞서 기획재정부가 메가뱅크 방안을 들고 나오면서 시중은행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위는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지난달 31일 금융위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메가뱅크 방안에 대해 검토하라"고 지시한 만큼 메가뱅크 방안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우리금융(287조원)과 산업은행(123조원), 기업은행(124조원)이 하나로 통합되면 총자산 500조원, 세계 30위권의 초대형 은행이 출현하게 된다.
이럴 경우 국내 은행권 판도는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재정부가 제기한 메가뱅크 방안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박병원 우리금융 회장은 2일 우리금융 창립 7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규모를 확대하는 것은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첫 단추"라며 메가뱅크 방안에 대한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
박 회장은 전날에도 "정부가 허락한다면 8조원을 조달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대우증권을 인수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우리금융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대우증권을 인수해 육성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의했다"며 "결정되면 빠른 시일 내에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측은 현재 자회사인 우리은행과 경남은행, 광주은행에 기업은행까지 합쳐 은행 부문 경쟁력을 키우고 증권 부문의 경우 우리투자증권에 산업은행 자회사인 대우증권을 합쳐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육성한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들은 메가뱅크 방안이 금융공기업 민영화를 지연시킬 수 있는 데다 국내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자산 232조원인 국민은행은 당장 리딩뱅크 자기를 내놔야 한다.
최근 인수합병(M&A)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하나금융도 메가뱅크가 등장하면 규모 경쟁에서 완전히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메가뱅크가 탄생할 경우 이를 민간에 매각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금융과 산업은행, 기업은행을 합치게 되면 규모상 민간에 매각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며 "금융공기업을 민영화해 공적자금을 회수한다는 정부 계획은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덩치가 크다고 경쟁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며 "그 정도 규모를 감당할 민간 자본도 국내에서는 찾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연기금도 참여할 수 있게 된다"며 "우리금융이 경영권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메가뱅크의 민간 매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제 우리도 글로벌 은행을 육성할 때"라며 "정부가 나선다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준영 기자 jj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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