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서소문동에 있는 대한통운 본사 전경 |
대기업들의 잇단 시장 합류로 택배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통운이 택배업계 1위에 등극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통운은 지난해 연간 처리물량 1억2천242만상자를 기록하며 현대택배(1억2천만상자)를 제치고 업계 1위에 올랐다.
지난 1993년 택배시장에 진출한 대한통운은 한진과 자웅을 겨루다 1998년 이후엔 현대택배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에는 현대택배와 한진에 이어 업계 3위에 머물렀다.
업계에서는 대한통운이 지난 2005년 이국동 사장이 취임한 이래 꾸준히 인프라를 확충하고 특화상품 개발에 집중해 온 것이 업계 1위 탈환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대한통운은 법정관리에 처한 상황에서도 의정부와 광주 대전 대구 부산 원주 등지에 허브터미널을 신·증축하며 처리가능 물량을 크게 늘렸다. 또 국내 유일의 직영조직을 활용해 직원들의 대고객 서비스를 강화했다.
이밖에 공휴일과 야간에도 이용할 수 있는 365택배와 편의점택배 등 고객의 편의를 강조한 상품들도 잇달아 선보였다.
그 결과 대한통운은 지난해 11월 택배업계 최초로 처리물량 1억상자를 돌파하며 업계 1위 재등극을 예고했다. 당시 이 사장은 "3년 내에 연간 처리물량 4억상자를 달성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대한통운 측은 지난 2006년 추석 국내 중소형 택배사들이 소화하지 못한 택배 물량을 넘겨 받으며 처리 물량을 크게 늘리기 시작한 것이 택배시장의 주도권을 거머쥘 수 있었던 계기로 평가하고 있다.
대한통운은 올해에도 대전과 서울 가산동에 택배 터미널을 조성하는 등 택배 부문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방침이다.
특히 대한통운은 최근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되면서 성장판을 크게 넓혔다. 대한통운이 금호아시아나의 그룹 물량을 떠맡고 그룹 계열사의 물류 처리 시스템을 이용하게 되면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택배 처리 역량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대한통운은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시너지 창출을 통해 올해 처리물량을 2억상자까지 늘릴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택배시장의 혼전이 예상되는 만큼 '업계 1위'를 점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택배업계 '빅4'인 대한통운과 현대택배, CJ GLS, 한진의 지난해 연간 처리물량이 모두 1억상자를 돌파한 가운데 물류업계에 불고 있는 인수·합병(M&A) 바람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CJ GLS는 삼성물산 계열 물류기업인 HTH와 합병 논의를 벌이고 있고 롯데그룹도 택배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시장 재편 요인은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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