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브린의 For Another Perspective] 정부가 우리 이웃을 사랑하게 만들 수 있다고?
2024-12-04 17:13
10명 중 7명이 평소 외로움을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주 사람들의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한 문화 행사들을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마음 산책’ 시 낭독 행사를 시작으로, 이달 말에는 서울 성수동의 팝업 공간에서 비슷한 행사가 있을 예정이며, 경북 지역에서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주는 ‘휴머니티스 기차’ 프로그램이 계획되어 있다. 그 외에 다른 지역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계획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이 계획들이 외로운 사람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될 것인지 심각하게 의문을 가지고 있다. 사실 내가 이 글을 읽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조크이었다. “영어로 가장 무서운 문장은 무엇일까요?” 그가 물었다. “저는 정부에서 왔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을 돕기 위해 여기 왔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잘못된 의도로 이런 행사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 반응이 지나치게 부정적인 것일 수도 있다. 나는 한국에서 외국인으로 살아온 충분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정부의 계획이 처음에는 실망스러워 보여도 나중에는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잘 안다. 사실 한국의 현대적 발전 과정 자체가 전문가들의 비판과 조롱을 받으며 진행되어 온 긴 여정과 같았다. 또한 외로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정부가 이를 해결하려는 의도는 정당하다는 점도 알고 있다.
그 이유는 정부의 역할을 생각하면 분명해진다. 정부의 역할은 무엇일까? 나는 시민들이 개인으로서 번창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것, 내부의 범죄자들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것, 기후나 자연 재해에 대비하고 이후에 이를 정리하는 것, 우리의 자유를 보호하고 사회에서 공정성과 정의를 보장하는 것,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경제를 이끌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인프라와 규제를 확보하는 것 등이 정부의 임무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큰 역할이다. 그러나 정부는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나는 이것이 한국의 국가 및 지방 정부가 특히 어려워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지도자였던 박정희가 국가의 아버지처럼 행동하고, 정부는 마치 어머니처럼 행동하면서 발전했다. 시민들은 어린아이처럼 다뤄졌고, 그들이 잘못하면 혼났다.
외로움 문제는 복잡하다. 하지만 한 가지 간단한 수준에서 보면, 그것은 이웃 간의 관계 문제이다. 내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제일 먼저 알게 된 것은, 사람들이 이웃들에게 그렇게 친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서로를 무시하며 지나친다. 내가 일하는 8층짜리 건물에서도, 다른 회사 사람들은 서로 인사하지 않고 지나친다.
이전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한다. 1970년대에 사람들이 시골에서 도시로 이주하면서, 새로 온 사람들은 이웃들에게 떡을 돌리며 인사를 했다. 지금은 그런 일이 없다. 만약 위층 사람과 이야기하더라도, 그것은 보통 소음에 대한 불만이거나 다른 문제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저 친절하지 않다. 사실 그들은 이웃들에 대해 의심을 품고 비판적으로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 한 부동산 중개인은 겉모습만 봐도 작은 빌라 아파트 단지에 사는 사람들의 관계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외벽의 페인트가 벗겨지고 나무가 자란다면, 그곳의 주민들은 서로 협력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 문제에 대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아무것도 아니다. 정부의 일이 아니다. 이것은 사람들에게 달린 문제다. 이를 보도하는 것은 언론이고 사람들을 더 친절하게 만드는 전략을 제시하는 곳은 사회단체이다. 교회는 사람들이 이웃을 사랑하도록 돕는일을 하게 되낟. 예를들어, 서울에서 추석을 보내는 사람들을 위해 함께 보내는 이웃들이 모여서 길거리 파티를 열 수 있다. 하지만 정부관리들이 나서 조직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북한이 아니다.
또 다른 방법은, 이웃들이 자발적으로 옛날 반상회나 아파트 주민 자치회를 새로운, 더 세련된 이름으로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정부는 이 아이디어에 전혀 개입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북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성장했다. 그들의 감정 문제는 정부가 개입할 필요 없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
(번역 이슬기 인턴기자)
[필자 약력]
마이클 브린은 현재 글로벌 PR 컨설팅 회사인 인사이트 커뮤니케이션스 CEO다. '가디언'과 '더 타임스' 한국 주재 특파원, 북한 기업에 자문을 제공하는 컨설턴트, 주한 외신기자클럽 대표를 역임했다. 가장 최근에 출간한 <한국인을 말한다>를 포함해 한국 관련 저서 네 권을 집필했다. 1982년 처음 한국에 왔으며 서울에서 40년 가까이 거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