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브린의 For Another Perspective] 한국이 동북아 비전이 없는 세가지 이유

2024-07-20 06:00

[마이클 브린 인사이트 커뮤니케이션스 CEO]





한국의 정치인들과 정책 담당자들이 동북아시아의 이웃 국가들을 상대하기 위한 계획을 세울 때 그들이 생각하는 동북아 지역의 비전과 그 비전 속의 한국의 미래는 무엇일까? 솔직한 진실을 말하자면 그런 것은 없다. 여느 다른 국가들처럼 한국도 자신들의 가치와 더 나아가 외교, 경제적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문제에 대응하려고 하지 엄밀히 말하면 비전이란 없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알게 모르게 다른 누군가의 비전을 따르고 있는가? 비전과 관련해 우리가 따라야 할 리더의 가장 명백한 후보 국가는 미국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 비전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미국은 중국보다 우위를 유지하고 북한의 핵 포기를 바라고 있지만 그 외 동북아시아 지역에 대한 뚜렷한 비전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의 비전은 함축적인 것일까? 다시 말해 너무 명확관화해 말할 필요도 없는 함축적 비전은 무엇인가? 지정학적으로 동북아의 스위스? 중립적이고 홀로 부유해지는 것인가? 아니면, 피스메이커(peacemaker)인가?  이러한 것들이 비전의 후보라고는 할 수 있지만, 이런 비전들은 명확한 설명이 없다. 국가가 이러한 비전을 따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것이 이론적일지 몰라도 문제가 된다. 비즈니스 전략가 또는 군 장성이 흔히 우리들에게 말하듯이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명확한 목표가 없다면, 우리는 어둠 속에서 헤매며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끌려다니며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대응해야만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 분열은 불가피하며 국가적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평화와 민주적인 자유시장은 동북아 지역에서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미래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그 누구의 비전도 아니다. 이유가 무엇일까?

한국은 멀리 바라보지 않는다. 이것은 첫 번째 이유일 것이다. 공공 부문을 보면 10개년 토지이용계획 이외에는 5년 뒤를 고려한 것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행정부마다 5년 임기를 지탱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은 국가의 미래를 걱정할 수 있는 있지만, 행정부는 신경 쓰지 않는다.

두 번째로, 다른 국가를 위한 비전을 상상하는 것은 주제 넘은 것이라 생각 한다. 필자는 영국인으로 다른 국가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하는 것에 익숙하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필자보다 겸손하고 그런 사고방식에 익숙하지 않다.

필자가 묻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과연 북한의 노동당이 22세기에 통일 한국을 통치하고 이웃 국가들이 이를 수용하는 미래를 구상하는데 우리는 어떠한 구상도 하지 않고 있다면 우리가 겸손해서인가? 아니면 어리석기 때문인가? 

동북아의  민주적 비전을 거부하는 세 번째이자 가장 일반적인 이유는 사람들이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하게 믿고 있다. 동북아시아 지역이 민주주의 형태를 지니려면 중국, 북한이 민주주의 국가가 되어야 하는데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과연 그들은 두브로브니크에서 휴가를 보내고, 스코틀랜드에서 대학을 다니고, 여름에 해변가 집을 살 수 있을 정도의 재력이 있는 수억 명의 중국인들이 자신들의 국가를 운영할 사람을 선택하지 못함에도 행복하다고 믿고 있을까? 북한 사람들이 주체의 허튼소리나 배우고 매주 자기 비판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좋다고 믿을까?

무엇 때문에 우리는 중국과 북한 사람들이 독재와 함께 영원히 살 수 있고 독재에 대해 충분히 관대하다고 생각할까?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는 것은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현실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다.

지금 중국은 과거 박정희 대통령 통치 시기의 1970년대 한국과 같이 자유롭지는 않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중국은 유권자들의 목에서 공산당 지도부의 손가락을 떼어내고 그들에게 자유를 허용하는 민주화의 순간이 필요하다. 

북한은 마치 중국이 마오쩌둥 치하에서 혁명의 진보를 명분으로 역주행하고 하는 것과 같다. 북한에서 민주주의의 순간을 기대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면, 어느 순간 박정희의 쿠데타와 같은 첫 단계를 거쳐 궁극적으로 민주주의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러한 모든 변화에 대한 예측은 어렵다. 그러나 현대 역사는 민주주의가 지구촌 어느 한곳에서 확립되면 다른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다양한 방식으로 채택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민주주의는 역사적으로 매우 빠른 속도로 확산되었다. 그것이 멈추었다고 생각할 이유는 없다.

전쟁 또는 예상치 못한 왕실의 쿠데타 그 외에도 피플 파워는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다. 만약 치안 당국이 자신들의 국민을 죽일 수 없는 정도의 민중 소요가 발생한다면 역사는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다. 1987년 여름, 바로 이 곳, 한국에서 일어났던 사태처럼 말이다.

우리가 민주적 동북아 비전에 따라 움직인다면 궁극적으로 이와 같은 사태가 불가피하게 발생했을 때 잘 대응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될 것이다. 한편 이런 종류의 비전은 학계 전문가들과 정책 입안자들이 아이디어를 모아서 지역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할 수 있게 할 것이다.

그 첫 단계는 민주주의 동맹국들을 참여시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이런 일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미국은 북한이 30년 동안 핵을 만드는 동안 이와 관련된 문제 해결에 아무런 진전도 거두지 못했다. 미국은 '전략적 인내'를 시도했고, 이제는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받아들이려는 생각을 하고 있어 세계적인 비핵화 프로젝트를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 더 나은 동북아시아에 대한 비전을 위해서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 비전을 성공적으로 달성하면 미국과 한국 그리고 다른 많은 국가들이 다른 경로를 통해 비핵화된 한반도라는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비슷한 방법으로 우리가 가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적지에 대해 인식을 하고 있다면 한국은 북한에 대해 느끼는 좌절감을 덜어내기 쉬워질 것이다.

평화롭고 민주적인 동북아의 자유시장 내에서 통합되고 민주적인 자유시장 한국이라는 비전을 가진다면 한국이 잃을 것은 없다. 

(번역 황민하 인턴기자) 

[필자 약력]
마이클 브린은 현재 글로벌 PR 컨설팅 회사인 인사이트 커뮤니케이션스 CEO다. '가디언'과 '더 타임스' 한국 주재 특파원, 북한 기업에 자문을 제공하는 컨설턴트, 주한 외신기자클럽 대표를 역임했다. 가장 최근에 출간한 <한국인을 말한다>를 포함해 한국 관련 저서 네 권을 집필했다. 1982년 처음 한국에 왔으며 서울에서 40년 가까이 거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