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전기차 공포증, 포비아를 벗어나는 방법은

2024-08-28 06:00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 기고

인천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로 피해가 발생하면서 이른바 '전기차 포비아'가 나타나고 있다. 전국적으로 전기차를 거부하거나 전기차 테러로 의심할 만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상황은 심각하게 인식되고 있다. 

주요 거점의 주거지에서는 지하주차장에 전기차 진입을 막거나 충전기 사용을 금지하고 있고 공공시설에서도 금지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환자가 병원에 갔다가 전기차 주차를 못하게 해 진료를 못 받은 사례도 있다. 

한국은 도심지의 약 70% 이상이 아파트 같은 집단거주지여서 지하로 내려가 주차를 하고 충전을 하는 특성을 갖추게 됐다. 폐쇄공간에 대한 문제점이 부각되면서 심각한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고 '전기차 포비아'로 번지게 된 것이다. 

지난해부터 전기차 판매가 침체기에 접어드는 '전기차 캐즘'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차 포비아까지 추가되면서 한국의 전기차 보급은 심각한 상황에 이르게 된 실정이다. 

친환경차 경쟁국들도 한국의 전기차 포비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우리의 전기차 기술은 글로벌 퍼스트 무버로서 위력을 떨치기 시작했으나 자칫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는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심각성을 인지하고 서둘러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기차 포비아를 가라앉히는 방법은 전기차 화재 원인을 파악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지하 공간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최대한 빠르게 진화하고 대피할 수 있는 매뉴얼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폐쇄공간은 화재가 발생하면 지상과 달리 진화가 어려워 전기차 화재를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선제적 조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기차 화재 요인은 과충전·과방전과 배터리셀 불량이다. 베터리관리시스템인 BMS의 체계적인 운영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물론 모터 등 다른 전기전자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해 배터리로 옮겨가는 경우도 있다.

과충전·과방전은 우선적으로 전기차 충전율을 낮춰 막아야 한다. 100% 완충하는 것보다 80~90%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에너지저장장치인 ESS에서 화재 빈도수가 낮아지고 있는 이유는 충전비율을 80~90%로 낮췄기 때문이다. 최근 해양수산부도 전기차를 카페리 등에 실을 때 충전율을 50% 미만으로 권고했다. 국제 물류사회에서도 전기차를 선박으로 나를 경우 충전율을 약 30% 미만으로 권장한다. 필요하다면 예산을 편성해 과충전 예방 기능을 포함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의지가 필요하다. 

배터리셀이 불량하다면 배터리 제작사의 배터리셀 전수 검사를 통한 인증제를 도입해야 한다. 배터리셀 불량의 원인은 셀 자체의 불량도 있지만 전기차 운전자가 무리하게 차량을 운행한다는 점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과속방지턱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전기차 바닥을 치고 지나가는 습관을 지양해야 한다. 침수도로 진입도 내연기관차처럼 하면 안 되고 우회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전기차 운전자 교육도 강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BMS 관리와 인증제를 통한 배터리 관련 정보를 활용해 배터리 알림 앱 개발,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 등도 화재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폐쇄공간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조치할 수 있는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 

지하 2층 이내에 전기차 및 충전기 설치는 물론 스프링클러 설치, 방화벽 설치, CCTV 등 모니터링 시스템, 경소형소방차 도입, 소화질식포, 이동용 수조 등 다양한 방법을 융합적으로 준비한다면 진화 방법도 크게 호전될 것이다. 현재의 전기차 포비아를 잠재울 수 있는 정부의 선제적 조치가 중요한 시점이다. 이른 기간 내에 우리의 전기차 우위를 위한 복원력을 기대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 [사진=김필수 자동차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