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대형 지반침하 사고의 교훈
2024-11-04 06:00
지반침하 예측과 지하안전관리 이행력 강화해야
국토교통부는 이러한 사고를 계기로 전국 주요 고위험 구간에 대한 특별 점검을 시행하고, 위법 사항이 발견될 경우 강력한 처벌 방침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지하안전관리체계 TF를 출범해 관리체계의 현황과 문제점을 분석하고, 제2차 국가지하안전관리 기본계획에 반영할 개선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지반침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고 이후의 대응을 넘어선 선제적인 예측과 예방 체계가 절실하다.
또 현재 한국에는 경부고속도로 준공 이후 지난 50여 년간 축적된 다양한 설계·시공 자료와 지반 정보가 존재한다. 국토지반정보시스템, 지질자원연구원의 지질도, 환경부의 국가지하수관측망 등의 자료를 디지털화하고 통합 관리해 위험 지역의 지반침하 가능성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지반침하 사고의 예측과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지반침하 예측의 범위를 넓히고, 예측된 결과를 토대로 사고를 미리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인공지능(AI), 블록체인, 공간 컴퓨팅과 같은 첨단기술도 지하안전 관리 체계에 새로운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도구다. AI는 GPR 탐사 데이터의 자동 분석을 통해 지하 공동 예측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신속하게 위험 신호를 감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블록체인은 지하안전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설계·시공 전 과정을 투명하게 추적해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된다. 또한, 공간 컴퓨팅 기술을 활용하면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시공 단계별로 설계 오류를 사전에 발견하고, 고위험 구간을 조기에 인지할 수 있어 사고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공간 컴퓨팅 기술은 설계와 시공 단계에서의 오류 점검 및 위험 관리 구간 선정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가상현실(VR)과 빌딩정보모델링(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을 연동하여 시공 전 단계에서 지반침하 발생 가능성을 분석하고, 다양한 현장 조건을 가상으로 시뮬레이션함으로써 실질적인 사고 예방이 가능해진다.
아울러 현재 지하안전관리체계는 국가와 지자체 간 연계 부족, 세부 지침 부재 등으로 인해 관리가 미흡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하안전정보체계를 디지털화하고 지반침하 우려 지역에 대한 유관기관과의 정보 공유를 강화해야 한다.
또 지하안전평가와 착공 후 지하안전조사에서는 3차원 유한요소해석의 활용을 내실화하고 자동화 계측을 통한 예측치 관리로 현장의 안전성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지하안전점검 수행을 위한 GPR 탐사 장비의 성능 표준화와 전문 인력 양성으로 탐사 신뢰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관리체계 개선과 기술적 보완을 통해 지하안전관리의 이행력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사고 예방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반침하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정부와 산업계의 지속적이고 협력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기술 발전과 함께 지하안전관리체계의 내실화를 위한 기술자의 책임감 있는 자세와 유관기관 간의 긴밀한 협업이 필수적이다. 앞으로도 지하안전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첨단기술을 결합함으로써 보다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지하 환경을 구축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