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망 중립성 원칙 정책의 일관성 유지 필요
2024-12-03 06:00
망 중립성 원칙 폐지론자인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통령으로 다시 당선되고 브렌던 카(Brendan Carr)가 연방통신위원회(FCC) 차기 위원장으로 지명되면서 국내 망 중립성 정책 문제가 정보통신업계의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망 중립성(Network Neutrality) 원칙은 일반적으로 통신사 등 인터넷서비스사업자(Internet Service Provider, ISP)가 인터넷망을 통해 제공하는 모든 데이터 트래픽에 대해 데이터의 내용이나 유형, 전송방식 또는 특정 콘텐츠나 인터넷 플랫폼에 대해 속도 망 이용료의 차별 없이 동등하게 송·수신하여야 한다는 망 설계의 기본원칙이라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오바마 정부가 망 중립성 원칙을 보장하는 ‘오픈 인터넷 규칙(Open Internet Order)’을 시행하였지만 다음에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2018년 6월 '인터넷의 자유 회복' 행정명령을 통해 결국 ‘오픈 인터넷 규칙’을 공식적으로 폐지시켰다. 이후 바이든 정부는 망 중립성 원칙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차기 트럼프 정부는 이를 다시 폐기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행법상 망 중립성에 대해 명시한 규정은 없지만 망 중립성 원칙 준수를 위해 ISP의 자의적 트래픽 관리를 방지하고 이용자에게는 트래픽 관리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을 요지로 하는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이용과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에 관한 기준’을 2014년부터 시행하였고, 2012년부터 시행한 ‘망 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2021년에 일부 개정하여 현재까지 시행하고 있다.
인터넷산업계에서는 차기 트럼프 정부가 망 중립성 규제를 폐지할 경우 국내의 망 중립성 정책에도 영향을 미쳐 완화 내지 폐지에 가까운 정책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미 유연하고 체계적인 망 중립성 원칙을 정비하였고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운영 등을 통해 망 중립성 정책이 상당히 정착되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국내 정책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일각에서는 트럼프 신정부의 망 중립성 폐지 방침이 글로벌 CP(Contents Provider)의 국내 ISP에 대한 망 이용료 지불 거부에 대응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일명, ‘망 무임승차방지법’) 추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망 이용료와 망 중립성과는 정의와 목적이 상호 별개이고 무관하기 때문에 망 무임승차방지법 추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망 중립성과 망 이용료가 상호 무관하다는 점은 과기정통부도,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간 망 이용료 소송에서 법원도 인정한 사실이고, FCC 차기 위원장으로 지명된 브렌던 카는 빅테크기업들이 당연히 망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부는 소신 없이 차기 트럼프 정부의 망 중립성 규제 폐지에 동조하는 정책 변화를 시도한다면 심각한 부작용과 혼란이 초래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차별 없는 망 이용 보장을 위해 기존의 망 중립성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정부는 망 중립성과 무관하게 구글 등 극소수의 글로벌 CP의 망 무임승차를 방지하기 위한 국회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추진에 적극 협조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