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자의 교육사전] "외압 보호 위한 교사 정치적 중립성이 기본권 박탈"

2023-11-30 17:30

 
교실 자료화면.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치적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나라에선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이렇게 막진 않아요." 

올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A의원 보좌관은 "정치인이 지역에서 다양한 일을 해봐야 국민이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어떤 정책을 해야 하는지 알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7월 한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시작된 전국 교사들의 교권 보호 외침이 완전한 결실을 맺기 위해선 교사가 가질 수 있는 정치적 기본 권리를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사에게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박탈하면서 학교 현장에 필요한 정책이 나오기 힘들어졌다는 주장이다.
 
대법 "교육 현장 외 활동도 중립성 훼손 말아야" 
한국에서 교사는 정당 가입을 포함한 어떤 정치 활동을 할 수 없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이유에서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은 관건선거로 불린 1960년 3·15 부정선거가 직접적 원인이 됐다. 공무원이 집권 여당의 압력에 의해 선거에 동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생겨났다.

1963년 헌법에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조항 외에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추가됐다. 헌법 31조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보장된다'고 규정한다. 같은 해 상부의 지시에 복종을 요구하는 공무원 자세를 확립하기 위해 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2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시국 선언을 유죄로 판단하며 "초·중등학교 교원의 활동은 학생들에게 직접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교육 현장 외 활동도 잠재적 교육 과정의 일부임을 인식하고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특정 직업이 정치 독점하는 것, 정치의 퇴보"
정치는 희소한 자원을 둘러싼 이해관계 대립을 해결하는 활동이다. 행정·교육, 그리고 경제·법·외교·안보·문화·예술·종교 등과 긴밀하게 연관된다. 이른바 '정치 선진국'으로 불리는 독일과 프랑스·스웨덴 등은 한국과 같이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는다.  

교사가 시민으로서 어떤 발언·표현을 하지 못하는 건 "기본권을 박탈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형민 전교조 대변인은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은 교사가 어떤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권리로서 보장돼야 한다"면서 "현재는 교사들이 정치와 관련해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하는 통제 수단으로 활용된다"고 지적했다.

그런 이유에서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된 정치적 중립성은 현재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 박탈을 위한 용도로 활용된다고 주장한다. 이 대변인은 "독일 같은 경우도 교사 출신 정치인의 비율이 20~30%나 된다"고 설명했다. 

 
교사 출신 스웨덴 5선 국회의원인 올레토렐(olle thorell). [사진=스웨덴 사민당 홈페이지 캡처]

스웨덴 사회민주노동당 소속 올레 토렐(Olle Thorell)은 교사 출신 5선 국회의원이다. 그는 1967년생으로 15년 동안 고등학교 교단에 섰다. 그가 앞서 국내의 한 언론과 진행한 인터뷰를 보면 스웨덴에선 95% 정도의 의원이 지방에서 먼저 일을 한 경험을 쌓은 다음에 국회의원으로 일을 하게 된다. 그 분야와 지역의 '전문가'가 정치인이 되는 것이다. 

'공무원의 정당가입 자유에 대한 헌법적 고찰'이란 논문에 따르면 독일은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에 대해선 직무 영역과 직무 외 영역을 분리했다. 공무원은 법률적·헌법적으로 중립성과 비당파성 원칙에 엄격히 구속되지만, 원칙적으로 정치적 활동과 의견 표명의 자유가 보장된다는 내용이다.

특히 교사인 공무원도 자유로운 정당 가입이나 지지가 보장되며 정치적 이념이나 소속으로 인한 어떤 직장 내 불이익도 받지 않는다. 이 대변인은 "교사들의 사회적 참여와 표현을 가로 막는 건 사회적 손실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치를 특정 계층과 직업이 독점하는 것은 정치의 퇴보가 아닐까 싶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