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건강한 탄수화물을 생활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 가루쌀

2024-11-22 06:00
김현석 경기대 바이오융합학부 식품생물공학전공 교수 기고

김현석 경기대학교 바이오융합학부 식품생물공학전공 교수 [사진=아주경제DB]
탄수화물이 인류의 주식이 된 것은 인류 역사를 통틀어 봤을 때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빙하기가 끝나면서 사냥보다 채집 비중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인류는 곡물 중심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다. 비교적 풍요로운 식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인류에게 큰 기쁨을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수만 년이 지나 그들의 후손들이 자진해서 곡물을 식단에서 배제한다는 것을 이들이 듣는다면 매우 놀랄 것이다. 저속 노화, 체중 감량 등을 이유로 탄생한 이른바 '저탄고지' 식단의 열풍으로 인해 오늘날 우리는 자의적으로 먹는 밀가루 음식과  밥의 양을 줄이고, 고기와 채소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다른 말로 못 먹던 시절의 식습관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저탄수화물 식습관의 열풍 때문에 자연스럽게 한국인의 주식이자 대표적 탄수화물인 쌀의 소비량은 세대 전반에 걸쳐 큰 폭으로 감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평균 쌀 소비량은 56.4㎏으로 관련 조사가 시작된 1962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올해 쌀 소비량은 감소세 지속으로 역대 최저치를 연이어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런 선입견과는 다르게 쌀은 이렇게까지 미움받을 식품이 아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채소 등 밸런스를 갖춘 식단이 제일 지속 가능성이 높고 건강에도 좋다. 특히 쌀은 다른 탄수화물보다 다이어트에 유리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쌀은 식이섬유와 단백질, 지방, 비타민 등 다른 영양소를 포함하고 있는 복합탄수화물이다. 씹어서 섭취하는 특성상 혈당을 비교적 천천히 상승시키며 포도당이 체내에서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어 체지방으로 축적될 확률도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편견이 지속되면서 우리 농가들의 피해가 막심하다. 올해 8월 쌀 한 가마니 가격은 1977년 이래 최저치인 작년 21만원가량에서 12%나 떨어져 17만원대를 기록했다. 인건비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황에 놓인 농민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정부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쌀 소비량을 촉진하는 여러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3월 가루쌀을 활용하여 식품 개발을 희망하는 기업들을 선정하여 제품 개발에 필요한 원료 구매, 개발, 생산, 홍보 등에 대한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신세계푸드, 농심, 삼양식품, CJ푸드빌 등 다수 국내 기업이 나서서 쌀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제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판매에 돌입했다.

신세계푸드는 알레르기나 글루텐 프리인 국산 가루쌀로 만든 ‘라이스 베이스드’를 출시했다. 국산 가루쌀, 현미유 등 100% 식물성 원료로 만들어 유당불내증, 콜레스테롤 걱정 없이 마실 수 있고, 식이섬유(리터당 14g 기준)와 칼슘(리터당 999㎎ 기준)도 풍부해 건강하게 즐길 수 있다. 이어 비건 및 글루텐 프리 트렌드에 맞추어 가루쌀을 활용한 치즈, 크림, 베이커리류도 추가로 개발하여 선보일 계획이다. 농심은 지난 6월 가루쌀이 함유된 건면을 활용한 ‘별미볶음면 매콤찜닭만’을 선보였고, 삼양식품은 ‘우돈사골곰탕면’을 비롯해 가루쌀을 활용한 다양한 식품을 시장에 선보였다. CJ 푸드빌은 자체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에서 가루쌀 활용 베이글을 출시한 바 있다.

이러한 정부와 기업의 협업으로 가루쌀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어 우리 쌀 농가도 어려움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우리 밥상을 지켜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소비자들이 쌀과 탄수화물이 몸에 해로운 것이 아닌 오히려 건강에 도움을 주는 식품임을 하루빨리 인식하여 우리의 본래 식습관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