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리밸런싱 발표 이후 시총 6조5000억원 증발...각 사 대표 "사업개편 더 큰 이익될 것" 주주설득

2024-08-04 19:44

분당 두산타워 전경 [사진=두산그룹]

두산그룹이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리밸런싱(재조정)’ 작업을 발표한 후 주요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이 약 6조5000억원 증발했다. 주주들은 합병비율을 두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고, 시장은 두산이 밝힌 사업 시너지(동반성장)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 지배구조 개편 대상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의 각 사 대표들은 동시에 서한을 보내고 주주 설득작업에 나섰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산그룹의 상장사 ㈜두산,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4개 사의 시가총액은 지난 2일 기준 22조2427억원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발표한 지난달 11일과 비교해 6조4862억원이 증발했다.
 
지난 3주간 모든 상장사들의 주가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기업가치도 22.58%가 낮아졌다. 각 사별로 보면 주주들의 불만이 가장 크게 나타난 두산밥캣의 주가가 23.75%가 하락했고,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의 주가는 각각 19.04%, 19.10%가 떨어졌다. 지주사인 ㈜두산 주가는 가장 큰 폭인 38.26%가 하락했다.
 
두산의 기업가치가 급락한 주요 원인은 합병비율에 있다.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두산에너빌리티를 1 대 0.25 비율로 존속 사업법인과 두산밥캣 지분(46.1%)을 보유한 신설회사로 인적분할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 신설법인을 1대 0.13 비율로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한다. 개인주주가 보유한 두산밥캣 잔여지분 44.9%는 1대 0.63 비율로 두산로보틱스 주식으로 교환해주고, 두산밥캣은 상장을 폐지한다.
 
이 과정에서 두산에너빌리티의 지분을 가진 주주는 신설회사의 신주를 일부 받게 된다. 이는 곧장 두산로보틱스의 주가로 교환하는데 그 비율을 계산하면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100주가 두산로보틱스 주식 3주가 된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주식교환 비율도 문제로 지적됐다. 두산로보틱스는 2015년 이후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기업으로 지난해 기준 매출 530억원에 영업손실 192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두산밥캣은 지난해 매출 9조7589억원, 영업이익 1조3899억원을 기록한 그룹의 캐시카우다. 두산밥캣 지분 1주가 두산로보틱스 0.63주에 불과하다는 산정으로 인해 국내 투자자는 물론 외국인 투자자도 주식을 처분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업 시너지 효과에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회사의 합병 발표 이후 삼성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일반적으로 시장은 복합 기업, 지주사보다 순수 영업 회사를 선호한다”며 “이번 변화가 두산밥캣 재무와 영업 활동에 미치는 효과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두산밥캣이 제외되면서 배당능력 등에 의문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두산그룹은 긴급히 주주설득에 나섰다. 이날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 스캇박 두산밥캣 대표,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일제히 주주서한을 내고 설득에 나섰다. 
 
두산밥캣 분할 시 배당수익이 줄어드는 우려에 대해 박 대표는 “배당수익은 두산밥캣의 영업실적에 따라 매년 변동할 수밖에 없고, 두산에너빌리티가 필요로 하는 투자재원에도 한참 부족한 수준”이라며 “반면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확보하는 1조원을 미래성장동력에 투자할 경우 배당수익보다 훨씬 높은 투자수익율로 더 많은 이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분할합병 비율과 관련해서는 스캇박 대표가 “일각에서는 두산로보틱스 이름의 주식으로 교환된다는 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이 주식은 주식교환 이전의 두산로보틱스가 아니라 당사와 두산로보틱스가 실질적, 경제적으로 결합된 ‘통합법인’의 주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한 뒤 “양사는 주식교환 완료 이후 신속히 합병해 하나의 회사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두산로보틱스의 성장가능성과 주식교환 비율에 의문을 품는 주주들을 향해서 류 대표는 “회사의 현재 매출과 이익 규모만을 근거로 기업가치에 대한 우려가 일부 제기되고 있지만, 주식시장에서의 회사 가치는 과거·현재 실적 외 미래 잠재성, 기술력 등 다양한 근거에 기반하는 것”이라면서 “당사는 최근 3년간 매년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 성장률을 상회하며 연 평균 20%씩 성장하고 있다”고 설득했다.
 
서한은 임시주주총회 참석 대상 주주 명부가 확보되는 5일 서한 발송을 개시할 예정이며, 이에 앞서 각 사 홈페이지에 먼저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