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혹은 범죄자' 위키리크스 어산지, 자유의 몸된다
2024-06-25 18:02
18개 혐의 대신 1개 혐의만 인정
영국 교도소 복역 62개월로 처벌 대신
미 아프간 등 군사작전 폭로…영웅 vs 범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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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아프간 등 군사작전 폭로…영웅 vs 범죄자
미국 군사·외교 관련 기밀을 폭로해 화제가 됐던 위키리크스 창업자 줄리안 어산지(52)가 오랜 기간의 도피를 끝내고 자유인이 된다.
24일(현지시간) 미 법원에 제출된 서류에 따르면 어산지는 미국 기밀 정보를 획득하고 이를 퍼뜨린 것과 관련해 미국 스파이방지법(Espionage Act)을 위반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기로 미 법무부와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국 당국은 사법처리를 중단하기로 했다.
어산지는 미국 당국이 기소했던 18개 혐의 대신 스파이방지법을 위반한 한 개의 혐의에 대해서만 인정하기로 했다. 그간 어산지는 기밀문서 폭로는 저널리즘에 따른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었다.
사이판 법원이 선택된 이유는 어산지가 미국 본토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해서다. 또한 사이판은 어산지의 모국인 호주와도 가깝다. 위키리크스는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어산지가 영국 교도소 벨마시에서 석방돼, 사이판으로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키리크스는 “줄리안 어산지는 자유다”라며 “정부 부패와 인권침해에 대한 기사를 게시해,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고 썼다.
어산지는 1971년 호주 퀸즈랜드주 타운즈빌에서 태어났다. 일찍이 컴퓨터에 흥미를 느낀 그는 1990년대 초반에 호주의 가장 뛰어난 해커란 명성을 얻었다. 1995년에는 해킹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는데, 다시는 해킹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약속한 후 징역형을 피할 수 있었다.
어산지는 한편에서는 범죄자로 비난을 받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영웅으로 인정 받았다. 미국 당국은 어산지의 폭로가 법을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인의 생명과 안전을 위험에 빠뜨렸다며 그를 기소했다.
그러나 일부 국제 사회는 그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지에서의 미국 군사작전을 폭로한 것과 관련해 찬사를 보냈다. 그가 폭로한 파일 중에는 2007년 바그다드에서 미군의 아파치 헬리콥터 공격으로 인해 로이터통신 기자 2명을 포함해 11명이 사망한 영상 등이 있었다.
이후 스웨덴은 2010년 성범죄 혐의로 어산지에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어산지는 이를 부인하며 2012년 영국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7년간 도피 생활을 했다. 그러나 2019년 에콰도르 정부가 어산지의 망명 자격을 취소하자, 런던 경찰은 법무부의 요청에 따라 그를 대사관 밖으로 끌어내 체포했다.
어산지는 미국으로 돌아간다면 종신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에 미국 송환을 둘러싸고 미국 당국과 공방을 벌였다.
그동안 2022년 들어선 호주 노동당 정부는 어산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 정부에 비공개적으로 로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어산지에 대한 미국 당국의 사법처리를 중단하고, 고국인 호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 달라는 호주 정부의 요청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