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 국가안보국(NSA)이 프랑스 전·현직 대통령 3명을 감청했다는 사실을 시인한 가운데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는 프랑스가 법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어산지는 24일(현지시간) 프랑스 TV 채널 TF1에 출연해 "프랑스가 독일보다 더 나가야 한다"며 “프랑스 의회는 감청활동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고 검찰총장은 내사를 거쳐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산지는 이어 “정책적으로 보면 앞으로 폭로될 게 지금까지 폭로된 것보다 훨씬 중요할 것”이라며 “올랑드 대통령과 프랑스 정부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감청에 대해 대응할 때 어떤 기회들이 있는지 따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는 전날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과 탐사보도 전문매체인 메디아파르와 손잡고 “NSA가 2006년부터 2012년까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을 감청했다”고 폭로했다. 감청은 프랑스 대통령의 휴대전화는 물론 다수의 대통령궁 관리들의 휴대전화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폭로 문건에는 그리스의 유럽연합 탈퇴 가능성과 유로존 경제 위기, 중동평화 과정 올랑드 정부와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독일 정부와의 관계 등에 관한 대화 내용이 포함됐다.

프랑스는 강하게 반발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보도가 나온 다음 날 관련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장관과 정보기관장을 불러 긴급 안보회의를 소집했다. 이 회의 뒤 엘리제궁은 “프랑스 안보를 위협하는 어떤 행동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도 “(감청은) 용납하기 어려우며 특히 우방 간에는 더더욱 그렇다“고 비난했다.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날 제인 하틀리 주프랑스 미국대사를 외교부로 초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올랑드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우방 간 용납되지 않는 과거 관행을 중단하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했다고 엘리제궁은 밝혔다.

미 NSA의 외국 정상 감청 의혹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3년 10월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에드워드 스노든 전 NSA 직원이 제공한 자료를 토대로 NSA가 2002년부터 10년 이상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전화를 감청해왔다고 밝혔다. 당시 독일 검찰은 수사를 시작했지만 구체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