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17년간 한전 발주 입찰 담합한 업체 4곳에 과징금 8억5300만원

2024-03-24 12:00
장기간 담합 이어져…신규 업체 진입에 무산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2동 공정거래위원회.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17년 동안 한국전력공사의 부품 발주 입찰을 담합해 온 업체 4곳이 공정 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2년 2월부터 2019년 2월까지 한전이 발주한 직렬리액터(콘덴서 부작용 방지 기구)와 방전코일(감전사고 방지 기구) 구매 입찰 231건에 입찰 참가 사업자 간 물량을 동일하게 배분하기로 합의하고 사전 낙찰자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담합한 삼정전기공업, 쌍용전기, 한양전기공업, 협화전기공업 등 4개 업체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8억5300만원(잠정금액)을 부과했다고 24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전은 정전사고 등에 대비하기 위해 1990년대부터 직렬리랙터와 방전코일 구매 입찰을 발주하고 현재까지 KS 규격 인증 제품을 구매해오고 있다. 당시 두 제품에 대해 KS 인증을 받은 사업자는 4개 업체에 그쳤던 만큼 입찰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만남이 이뤄졌다.

이후 이들은 누가 낙찰을 받더라도 낙찰물량을 4분의1씩 균등하게 나눠 갖기로 하는 기본합의를 진행했다. 이후 한전이 17년 동안 발주한 직렬리액터 101건, 방전코일 130건 등 총 231건의 입찰에 서로 번갈아가면서 낙찰을 받았다. 담합은 낙찰 예정자와 투찰 가격 결정방식 등에 대해 세부적으로 합의하고 낙찰 예정사를 제외한 회사들은 들러리를 서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특히 합의 초기에는 각 입찰 건마다 4개 업체가 모두 참가했지만 2007년부터는 입찰 참가 방식을 변경했다. 홀수 연도에는 삼정전기공업·쌍용전기, 짝수 연도에는 한양전기공업·협화전기공업 2개 사끼리만 서로 짝을 이루어 입찰에 참가하면서 서로 들러리를 선 것이다.

입찰 건별로 낙찰을 받은 사업자는 다른 3개 사에 낙찰받은 물량을 균등하게 25%씩 배정하고 해당 물량의 완제품을 제조해 납품하도록 했다. 낙찰받은 사업자는 납품받은 완제품을 취합해 한전에 전달하고 관련 대금과 비용 등을 사후에 전달했다.

그러던 중 2019년 신규 사업자가 구매 입찰에 참여하기 시작해 4개 업체의 기본합의가 유지되기 어려워져 담합이 종료됐다. 그러나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쌍용전기에 2억1800만원, 삼정전기공업에 2억1600만원, 한양전기공업에 2억1200만원, 협화전기공업에 2억700만원 등 총 8억5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공공 분야 구매 입찰에서 은밀하게 장기간 유지되었던 담합 행위를 적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 "공공 분야의 입찰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행위가 적발되는 경우 엄정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