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GIS 입찰 짬짜미한 10개사…공정위 과징금 391억 부과·6곳 檢 고발
2024-12-29 12:00
GIS는 발전소나 변전소에 설치돼 과도한 전류를 신속하게 차단시켜 전력 설비를 보호하는 장치다. GIS는 설치 조건에 따라 25.8킬로볼트(kV)에서 800kV까지 용량이 다양하며 용량이 클수록 고도의 기술과 대규모 생산시설을 필요로 한다.
한전의 GIS 발주 입찰은 종류별로 업체의 신청을 받아 입찰참가자격을 부여하는 일반경쟁입찰과 본사 소재지인 전남 나주시에 공장을 두고 생산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지역제한경쟁입찰로 구분된다. 또 170kV 용량 GIS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입찰참가자격을 받아야 한다.
당초 한전의 170kV 용량 GIS 입찰에는 효성중공업(당시 효성), 엘에스일렉트릭(당시 엘에스산전), 에이치디현대일렉트릭(당시 현대중공업), 일진전기 등 대기업 4곳만 입찰참가자격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소기업 동남이 해당 입찰시장에 참여하면서 가격 경쟁이 심화됐다.
입찰 시장 진입 후 저가로 투찰하던 동남은 2015년 초 낙찰률을 높이기 위해 대기업군에 담합을 제안했다. 대기업군 역시 저가 수주 방지와 안정적인 물량 확보 필요성에 공감해 담합이 본격화됐다. 또 입찰 참가 자격을 획득한 제룡전기, 서전기전, 디투엔지니어링, 인텍전기전자 등도 차례로 담합에 가담했다.
이들은 담합의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참여자가 모두 모이지 않고 기업군별 총무를 통해 연락했다. 특히 중소기업군에서는 한국중전기사업협동조합(중전기조합)이 조합대행으로 입찰에 참가하면서 대기업군 총무와 함께 합의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대기업군은 사건 기간 내내 총무만 전면에 내세우고 나머지 대기업들은 투찰자료도 남기지 않았다.
합의 가담 기업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나누어 물량을 배분했다. 합의 초기에는 대기업군이 대부분의 물량을 소화했지만 중소기업의 수가 늘어나면서 중소기업 배분 비율이 조금씩 늘었다. 담합 기간 중에 한전이 발주한 일반경쟁 입찰 건은 134건(5600억원) 규모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합의한 물량배분 비율만큼 낙찰을 받았고 낙찰률도 96%를 웃돌았다.
같은 기간 진행된 지역제한입찰 11건은 동남, 디투엔지니어링, 인텍전기전자 등 3개 사업자가 균등하게 낙찰받기로 합의한 뒤 이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이러한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물량 담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법위반행위 금지명령과 효성중공업 112억3700만원, 엘에스일렉트릭 72억3900만원, 현대일렉트릭 66억9900만원, 일진전기 75억2000만원 등 과징금을 총 391억원 부과했다.
또 효성중공업, 엘에스일렉트릭, 현대일렉트릭, 일진전기, 제룡전기, 중전기조합 등 6개 사업자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이득규 입찰담합조사과장은 "담합 적발을 피하기 위해 합의가담자들이 직접적인 의사연락을 최소화하고 총무 역할을 하는 연락책 중심으로 합의가 이뤄졌다"며 "은밀한 담합을 면밀한 분석해 법위반을 입증하고 제재한 사례"라고 말했다.
또 "조합이 대기업과 공모해 공기업이 발주하는 입찰에서의 경쟁을 제거해 비용상승, 공공요금의 원가인상을 초래하는 담합행위를 엄정 제재한 것"이라며 "공정위는 점점 더 고도화되는 담합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조사역량을 강화하고 담합 적발 시 엄정하게 제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