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기업 M&A 2년째 감소…SK·중흥 두 자릿수 증가

2024-03-17 12:00
전년 대비 100건 줄어든 927건…외국기업은 증가
금액, 105조 늘어난 431조원…글로벌 빅테크 영향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2동 공정거래위원회.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고금리 기조와 경기침체 우려가 이어지면서 기업결합이 2년째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기업집단 중 SK와 중흥건설의 경우에는 기업결합 신고가 10건을 넘어서면서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기업결합 건수가 1년 전보다 100건(-9.7%) 줄어든 927건으로 집계됐다고 17일 밝혔다. 지난 2021년 1113건을 기록했던 기업결합 건수는 2022년 1027건으로 감소한 뒤 지난해에도 줄어들면서 2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간 것이다. 이는 고금리 기조와 경기침체 우려가 계속된 영향이 크다.

다만 지난해 기업결합 금액은 1년 전보다 105조원(32.2%) 증가한 431조원으로 늘어났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블리자드, 브로드컴과 브이엠웨어(VMware)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기업결합 건의 영향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에 의한 기업결합은 총 739건으로 1년 전보다 137건 줄었다. 기업 결합 금액도 3조원 줄어든 55조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국내기업에 의한 외국기업의 결합은 건수(19건)와 금액(6조2000억원) 모두 늘었다.

대기업집단에 의한 기업결합은 231건으로 전년 대비 12.1% 감소했다. 하지만 금액 자체로는 일부 대형 기업결합의 영향으로 1년 전보다 56.8% 늘어난 30조원으로 집계됐다.

기업별로는 SK가 26건으로 신고 건수가 가장 많았고 중흥건설(13건), 한화(9건), 현대자동차·네이버·LS·미래에셋·포스코·농협(8건), GS·카카오(7건) 등이 뒤를 이었다. 기업집단 내 단순 구조 개편을 제외하더라도 SK(20건)와 중흥건설(13건)이 가장 많은 기업결합을 진행했다. 미래에셋·LS·포스코(각 8건)의 신고도 많았다.

외국기업에 의한 기업결합은 188건으로 1년 전보다 37건, 금액은 376조원으로 108조원 늘었다. 외국기업에 의한 국내기업 결합은 1년 전보다 9건 늘어난 49건을 기록했지만 금액(8조원)은 10조원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업이 67.7%(628건), 제조업 32.3%(299건)를 차지했다. 서비스업에서는 금융(216건)과 정보통신방송(83건) 분야에서 기업결합이 많았고, 제조업에서는 전기전자(86건)와 기계금속(85건) 분야가 다수를 차지했다.

공정위는 경쟁제한 여부를 면밀히 심사할 필요가 있는 39건에 대해 심층 심사해 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한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브로드컴의 VMware 인수 등에 대한 시정조치를 내렸다. 또 기업결합 신고의무를 위반한 23건은 과태료 3억8000만원을 부과했다.
 
2차전지·신용통신업 M&A 활발…공정위 "경쟁제한 우려 기업결합, 자율 시정방안 제출"
공정위는 지난해 전기차 수요 증가에 따라 2차전지와 관련한 기업결합이 많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국내외 기업들이 수직계열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을 위한 공급망 재편, EU 친환경 정책으로 인한 폐배터리 재활용 등 다양한 목적의 기업결합에 나섰다는 의미다. 

또 진입규제 완화로 인해 금융회사가 아닌 사업자들이 신규로 진입할 수 있게 되면서 통신 3사 등 5개 사업자 합작회사로 개인신용평가회사를 신설하는 등 신용통신업의 결합도 활발했다. MS와 블리자드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기업결합이 심사되기도 했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오는 8월부터 경쟁제한 우려가 미미한 기업결합에 대해서는 신고를 면제할 방침이다. 또 경쟁제한 우려가 있는 기업결합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시정방안을 제출하도록 하고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에 발맞춰 기업결합을 효과적으로 심사하기 위한 심사기준 개정에도 나선다.

공정위는 "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지원할 수 있도록 경쟁제한 우려가 적은 기업결합은 신속히 심사할 것"이라며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는 기업결합에 대해서는 엄중히 대응해 시장경쟁을 보존하고 소비자를 두텁게 보호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