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도 흑자냈는데··· 14개 부동산신탁사, 책임준공형 뇌관 터지나

2024-03-11 17:56
4분기 합산 영업손실 1286억원 규모

[사진=각 부동산신탁사]

코로나19 시기에도 흑자기조를 유지한 부동산신탁사들이 고금리와 신탁계정대 증가로 고전하고 있다. 업황 악화에 공사비 부담 증가로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관련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올해가 더욱 위험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2011년 국제통화기금(IMF) 경제 위기 이후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던 업계 전체의 연간 적자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14개 부동산신탁사의 지난해 4분기 영업실적을 종합한 결과 128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020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매 분기 1000억원 이상의 합산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해 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업체별로는 KB부동산신탁이 지난해 4분기 162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 규모가 가장 컸으며, 같은 기간 교보자산신탁이 341억원, 우리자산신탁이 251억원, 신한자산신탁이 43억원의 분기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해 뒤를 이었다. 나머지 10개사는 4분기 흑자를 달성하긴 했으나 그 규모가 2022년 4분기보다 크게 줄어들어 전체 실적을 반등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부동산신탁사의 수익성이 대거 악화된 것은 신탁계정대 증가 탓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4분기 말 14개 부동산신탁사의 합산 신탁계정대 규모는 4조8551억원 규모로 2022년 4분기 말 2조5831억원에 비해서 1년 만에 87.96% 늘었다. 직전인 지난해 3분기 말 4조800억원에 비해서도 3개월 만에 19% 증가했다.

고금리 상황에서 신탁계정대가 크게 늘어나면서 이자비용도 대규모로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신탁사 업계 관계자는 2022년 4분기 부동산신탁사의 합산 이자비용이 100억원 이하였으나 지난해 4분기 200억원 이상으로 2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부실 사업장에 대한 대손비용도 늘어나면서 실적을 압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올해 실적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고금리가 유지되고 있는 데다 신탁계정대도 줄이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리스크도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책임준공형 토지신탁는 기한까지 준공하지 못할 경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주 등의 확정 손해에 대해 부동산신탁사가 민법상의 손해배상을 부담하도록 하는 확약을 맺은 사업 방식으로, 급등한 공사비에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대규모 손해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14개 부동산신탁사의 합산 연간 영업이익이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 전환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김정주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22년 이전 신탁사들이 크게 늘린 책준형 사업장 만기가 올해 여러 곳 도래할 예정으로 신탁계정대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건설사 부실이 신탁사 부실로 연결되고, 다시 금융기관 손실 확대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서울 도심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