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PI 후폭풍] 연준 피벗은 여름에나…조기 인하 낙관론 '산산조각'
2024-02-14 16:39
3월→5월→여름…계속 밀리는 피벗 시점
'확신'의 파월, 섣불리 움직이지 않을듯
국채 금리 상승에 증시 꽁꽁
'약한 고리' 상업용 부동산 위기 지속
'확신'의 파월, 섣불리 움직이지 않을듯
국채 금리 상승에 증시 꽁꽁
'약한 고리' 상업용 부동산 위기 지속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그나마 남아있던 시장의 낙관론을 산산조각 냈다. 인플레이션이 3%의 늪에서 허우적대자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가 종적을 감췄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첫 금리 인하가 여름쯤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이마저도 확실치 않다. 금리 인하만을 보고 달려온 글로벌 증시는 기세등등한 물가에 휘청였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연준이 조만간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도했다. 일부 외신은 연준이 금리 인상을 재개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연준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점은 당초 3월이었던 것이 5월로, 그리고 6월 혹은 7월로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다.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다”고 언급한 후 5월로 늦춰졌던 피벗 기대는 이제 여름으로 밀렸다.
1월 CPI는 전년 대비 3.1%, 전월 대비 0.3% 올랐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치(평균)인 각각 2.9%, 0.2%를 웃돌았다. 12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2%대를 찍은 후 나타났던 ‘물가 2% 시대’에 대한 기대는 빠르게 증발했다.
한때 9%에 달했던 미 CPI 상승률은 지난해 6월 3.0%까지 빠르게 내려왔다. 그러나 이후 7개월간 3%대 초반과 중반 사이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그간 파월 의장이 물가 상승률이 2%에 고정되는 ‘확신’을 얻고 싶다고 강조한 점에 비춰볼 때 연준은 섣불리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여름에나 피벗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리 선물 시장 내 연준 금리 전망을 추적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페드워치에 따르면 1월 CPI가 공개된 직후 5월에 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될 가능성은 기존 57%에서 38%로 하락했다.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약 8%로 위축됐다.
자산운용사 야누스 헨더슨 인베스터스의 그렉 윌렌스키는 "고용 시장이 매우 빠르게 위축되거나, 지정학적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 한 6월 인하가 현재로서는 가장 합리적인 전망"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 낙관론에 포효했던 주식 시장은 얼어붙었다. 다우지수는 이날 1.4% 하락했다. 11개월 이래 최대 낙폭이다. 미국 증시 3대 지수는 2022년 9월 이후 CPI 발표일 중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일본 증시의 고공 행진도 멈췄다.
한동안 잠잠했던 국채 금리는 들썩였다.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4.31%까지 올라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과 호주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각각 4bp(1bp=0.01% 포인트), 12bp 올랐다. 달러 강세 여파에 달러 당 엔화 환율은 3개월 만에 150엔을 돌파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물가가 미국 증시와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자문사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의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투자책임자(CFO)는 “금리가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주식 시장은 계속 오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가장 취약한 고리다. 최근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 일본 아오조라, 독일 도이체방크는 부동산 손실에 대비한 충당금을 대폭 쌓으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부동산정보 제공업체 트렙에 따르면 1조 달러(약 1329조원)에 달하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 모기지(담보대출)의 만기가 내년 말에 도래한다. 고금리와 자산 가격 하락으로 일부 부동산 소유주들은 부동산을 매각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샌프란시스코, 맨해튼의 오피스 빌딩 매매가는 전년 동기 대비 39.9%, 13.2% 각각 하락했다. 런던(12.5%), 도쿄(7.6%) 등 세계 주요 도시들의 사정 역시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