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피즘發 다시 고금리] 이제 피벗 시작했는데 '금리 급등' 우려…문제는 2금융권

2024-11-19 18:00
트럼프 1기 출범 땐 美 국채 74.3bp↑…상호금융·저축은행, PF 리스크 여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더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공격적인 확장 재정정책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늦어지며 고금리 시대가 장기화하면 2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가 경제 위기를 불러올 뇌관으로 다시 부상할 수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시장금리는 계속 떨어졌다. 연초 3.245%였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달 18일 2.915%로 33bp(1bp=0.01%포인트) 내려갔다. 국고채 10년물과 30년물도 같은 기간 각각 3.305%, 3.333%에서 3.060%, 2.922%로 낮아져 인하 폭이 24.5~41.1bp에 달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게 되면 시장금리가 다시 상향 곡선을 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역사적으로 미국 대선이 끝난 후 단기간 시장금리가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세계 채권 금리 기준이 되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이 확정된 2016년 11월 8일 1.857%에서 3개월여 만인 12월 15일 2.6%까지 뛰었다.

최근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본격화했지만 다시 고금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 지난 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 확정되며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7월 3일 이후 처음으로 4.4%를 넘었다. 전문가들은 최대 5%까지 재상승할 것으로 예측한다. 여기에 국내 국고채 역시 영향을 받아 지난 6일 10년물 금리가 전일(3.075%)보다 6.2bp 오른 3.137%를 나타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의 확장적 재정정책은 고금리 시대 장기화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는 대선 유세 기간 모든 수입품에 보편적 관세 10~20%를, 중국산 제품에 60% 이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각종 세금을 감면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물가 상승은 물론 재정 적자 확대에 따른 국채 발행, 금리 상승이 불가피해진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되는 것이다.

고금리 시대가 장기화하면 국내에선 2금융권 PF 문제가 다시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를 수 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의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만 총 71조1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금융권 전체 대비 33% 수준이다. 연체율 역시 상호금융 4.38%, 저축은행 8.36%로 작년 말보다 1.5배가량 높다.
 
금융당국은 부실 PF 사업장을 정리하라며 압박하고 있지만 작업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현재 저축은행 전체 경·공매 대상 PF 사업장 중 정리된 곳은 8%에 불과하다. 상호금융은 26% 수준을 보이고 있다. 아직 부동산 PF 리스크를 해소했다고 보기 어렵다.
 
시장에선 오히려 부작용마저 생기고 있다. 저축은행과 캐피털사는 공동 조성한 부실채권(NPL) 펀드에 부실채권 대부분을 매각한 후 투자액 그대로 자사 채권을 매입해 묵혀두려 했다는 ‘파킹 의혹’이 불거졌다. 부실채권을 싼 가격에 팔아 생기는 손실을 막고 동시에 건전성도 개선하려는 취지다.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장은 “그동안 시중은행이 회피해 왔던 부동산 PF 대출을 2금융권이 많이 늘려왔다”며 “부동산이 금리에 예민한 사업 분야인 만큼 금리가 오르면 가장 약한 고리부터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