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벗에 움직이는 환테크족…5대銀, 열흘 새 달러 2조 줄고 엔화 3000억 늘어

2024-10-14 18:10
"달러 팔고 엔화 사자"…상반된 美·日 기준금리 정책, 환율도 변동성↑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본격화하면서 달러를 팔아 차익을 실현하는 환테크족이 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낮아진 환율(원화 가치 절상) 때문이다. 대신 최근 일본 총리의 금리 인상에 대한 회의적 발언으로 약세를 나타내고 있는 엔화에 환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일본 정부가 금리를 더 높일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달러 예금 잔액은 최근 감소세로 전환됐다. 지난달 말 636억2965만 달러에서 이달 10일 617억8744만 달러로 열흘 새 18억4221만 달러(약 2조4295억원) 줄었다. 앞서 달러 예금 잔액은 지난 7월부터 3개월 연속 증가한 바 있다.
 
반면 엔화 예금 잔액은 올해 하반기 들어 감소하다 지난달부터 다시 늘기 시작했다. 9월 말 1조1524억9092만엔이었던 5대 은행 엔화 예금 잔액은 이달 10일 기준 1조1861억3862만엔으로 336억4770만엔 증가했다. 원화로 환산하면 3054억원 수준이다.
 
외화별 예금 잔액 추이가 달라진 배경에는 최근 본격화한 각국의 피벗이 있다. 통상 국가의 기준금리가 인하하면 해당 통화 가치는 떨어지며 자연스레 환율도 내려간다(원화 가치 절상). 이에 환 투자로 수익을 보려는 환테크족은 각국의 금리 향방을 고려해 투자 가치가 더 높아질 통화로 투자 대상을 바꾼다.
 
그런데 지난달 미국 Fed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추는 ‘빅 컷’을 단행했다. 기준금리를 내린 건 2020년 5월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여기에 올해 11월과 12월 두 번 남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통화정책 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남아 있다. 환테크족이 약달러를 예상하고 달러 예금을 줄이는 이유다.
 
일본은 반대로 올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은 올해 3월 17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끝낸 데 이어 7월에도 금리를 0~0.1%에서 0.25%로 올렸다.

이달 1일 선임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신임 총리가 “추가로 금리를 올릴 환경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비둘기파적 발언을 했으나 엔화에 대한 환테크족의 투자는 계속되고 있다. 당장에 엔화가 약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치가 오르며 환 차익을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원·엔 재정환율은 기준금리 상승 영향에 지난 8월 한때 100엔당 960원대까지 치솟은 이후 이날 기준 905원까지 떨어졌다. 일본 중앙은행은 이달 말, 올해 12월 열리는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논의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치가 더 오를 거라고 보는 통화를 미리 사두는 게 환테크족의 전략”이라며 “각국 정부가 통화정책을 바꾸는 시기인 만큼 투자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