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테러' 경복궁 담장 80% 복구...궁궐·종묘 등에 CCTV 110대 추가

2024-01-04 17:22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에서 가림막을 철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화재청이 지난 12월 16일과 17일 발생한 경복궁 ‘낙서 테러’와 같은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4대 궁궐과 종묘 등 주요 문화재 외곽 담장 순찰을 강화하고 폐쇄회로(CC)TV 110대를 추가로 설치한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4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가유산 훼손 재발 방지 종합대책 언론설명회를 열고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인 경복궁에 인위적 훼손이 발생한 것에 대해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엄벌해 유사 범죄 재발을 막겠다고 밝혔다. 
 
과거 서울 삼전도비(2007년)와 울주 언양읍성(2017년) 낙서 훼손에 따라 개정된 법 제82조의 3항에 따르면 지정문화재에 글씨·그림 등을 그리거나 새기는 행위를 한 사람에게 원상복구 비용을 청구할 수 있게 했다. 이번 ‘낙서 테러’에 손해배상 청구가 이뤄지면 법 개정 이후 적용되는 '첫 사례'가 된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총 8일간 낙서 제거 작업에 투입된 인원과 작업 기간을 계산한 연인원은 234명이다. 하루 평균 29.3명이 투입된 셈이다. 스팀 세척기와 레이저 세척기 등 전문 장비를 빌리는 데 946만원이 쓰였고 작업에 필요한 방진복, 장갑, 작업화 등 용품 비용만도 1207만원이 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달 4일까지 스프레이 낙서 흔적을 지우기 위해 지출한 물품 비용도 2153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정주 경복궁관리소장은 “보존 처리를 담당한 전문 인력과 가림막 설치를 담당한 인력 등 인건비와 재료비 등을 고려하면 전체 비용은 1억여 원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4일 서올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국가유산 훼손 재발 방지 종합대책 언론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문화재청]
 
문화재청은 같은 날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주변에 설치했던 가림막을 걷고 낙서 제거와 긴급 보존 처리 작업을 마친 담장을 공개했다. 지난해 12월 16일 담장 주변에 가림막을 설치한 지 19일 만이다. 미세하게 붉은색과 푸른색 흔적이 남아 있긴 했지만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수준이었다. 문화재청은 80% 정도는 복구를 마친 상태라고 설명했다.
 
정소영 유물과학과장은 “동절기와 담장 위치별 석재 상태를 고려해 스프레이 오염 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응급 복구 위주로 추진했다”며 “담장 표면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석재 표면 변화 상태와 색맞춤 변화 정도를 고려해 올봄부터 2단계 보전 처리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재발 방지 종합대책도 밝혔다. 경복궁은 인적이 드문 야간 시간대에 자율적으로 2∼4회 하던 순찰을 8회로 확대하고 외곽 담장 주변을 비추는 CCTV는 14대에서 20대 추가한 34대로 늘릴 방침이다. 창덕궁 21대, 창경궁 15대, 덕수궁 15대, 종묘 25대, 사직단 14대 등까지 포함하면 2025년까지 주요 궁궐, 종묘, 왕릉에 CCTV 110대가 설치될 예정이다.
 
이 밖에 청소년 대상 문화유산 교육교재에 문화유산 훼손 문제와 보호의 중요성에 대해 싣는 등 인식 개선에도 나설 계획이다.
 
한편 문화재청은 경복궁 담장 낙서와는 별도로 4대 궁궐과 종묘, 조선왕릉 내부에 있는 낙서 현황을 파악한 결과 건물 기둥과 벽체 등에 연필이나 유성펜, 수정액 등을 사용한 낙서와 뾰족한 도구 등을 사용한 새김 훼손 등을 다수 확인하고 보존 처리를 하겠다고 밝혔다.
 
정준모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대표는 “각종 문화재를 훼손하는 낙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문화재청이 그간 방치했던 책임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현재 어떤 문화재에 낙서 이상으로 인위적인 훼손이 있는지 전수조사를 해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