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치' 움직인다···서울 50억 이상 초고가 아파트 거래 '역대 최대'

2023-10-23 18:00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해 주택 가격이 상승세를 기록한 올해 3분기 서울에서 50억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가 역대 최대 규모로 거래됐다. 슈퍼리치들이 가격 변동 폭이 작고 가치가 꾸준히 오르는 초고가 아파트를 안전자산으로 생각해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시내 50억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가 올해 3분기(7~9월) 64채나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2분기 53채를 뛰어넘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거래량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서울 초고가 아파트 거래는 한 해 동안 1~3건에 불과할 정도로 드물었다. 2007년과 2011년에는 단 한 차례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2015년부터 매 분기 꾸준히 거래가 발생하기 시작했으며, 2017년 4분기(12건)에는 처음으로 분기 기준 10건을 돌파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역사적인 저금리 시기가 도래한 2020년 4분기 20건을 시작으로 거래가 급격히 늘면서 이듬해 3분기에는 50건을 돌파했다. 2022년 2분기 53건으로 전 고점을 찍은 뒤 집값 하락으로 거래량이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면서 올해 1·2분기에도 각각 전년 대비 거래량 감소 흐름이 이어졌다. 

올해 3분기에 초고가 아파트 거래량이 크게 증가했으나 전체 아파트 거래량인 1만1009건에 비하면 여전히 0.57%에 불과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자료=국토교통부]


세부적으로 올해 3분기 강남구에서 초고가 아파트 거래가 33건 이뤄져 절반을 넘었고 서초구(20건), 용산구(6건), 성동구(5건)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4개 자치구 이외에서는 초고가 아파트 거래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역대 최고가 거래도 나왔다. 지난 8월 용산구 파르크한남 전용 268㎡가 180억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지난해 9월 성동구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264㎡(130억원), 지난해 5월 용산구 한남더힐 전용 240㎡(11억원) 등 종전 최고가 거래 기록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올해 3분기에 초고가 아파트 거래가 급증한 것은 정부 규제 완화로 집값이 상승한 것과 연관이 깊다. 아울러 지난해와 올해 유독 심했던 집값 급등락을 경험한 자산가들이 가격 변동 폭이 작고 가치가 꾸준히 오르는 초고가 아파트를 안전자산으로 생각해 투자한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4분기에도 초고가 아파트 거래가 지속적으로 증가할지는 미지수라고 관측하고 있다. 통상 집값이 상승하는 시기에 거래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는데 최근 주택 가격이 주춤해 거래량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초고가 아파트에 대한 슈퍼리치 수요는 항상 있지만 공급이 부족해 일반 주택시장과 다른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진다"며 "일반 아파트와 달리 수요가 꾸준하고 가치가 흔들리는 일이 적어 고액 자산가들이 투자 가치가 높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