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죽인 부동산] 서울 아파트 이달 하루 평균 23건 거래...탄핵 등 시장경색에 투심 위축

2024-12-17 17:54
강남 서초 등 고가 아파트 거래 줄며 매매평균가격도 연중 최저 수준
대장 아파트도 하락 거래 나와... 서울 25개 자치구 중 5개로 하락 번져

서울 서초구 구룡산에서 바라본 도심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탄핵 정국에 이달 서울 아파트 거래절벽이 심화되고 있다. 대출 규제에 정치적인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매수 심리가 얼어붙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헌법재판소의 판단 전까지는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으로 관측돼 시장 경색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17일 국토교통부와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12월 들어 전날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는 365건에 그쳤다. 일 평균 약 23건에 불과한 셈이다. 신고기한(계약 후 30일)이 많이 남았지만 올해 최저치인 1월 2686건을 밑돌 가능성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같은 기간 아파트 매매 평균거래금액도 10억1387만원으로 1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달 혼란스러운 정국 속에서 상대적으로 고가 아파트 거래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집값 바로미터’인 강남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도 이달 들어 거래가 급감했다. 16일 기준으로 서초구의 이달 아파트 매매거래는 8건, 강남구는 14건으로 각각 일 평균 1건을 밑돌았다. 송파구도 같은 기간 24건으로 하루 평균 1.5건에 그쳤다.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송파구 '리센츠' 전용면적 84㎡는 지난 10월 7일 28억5000만원(17층)에 팔리며 최고가를 갈아치웠지만, 이달 13일엔 이보다 2억5000만원 떨어진 26억원(26층)에 거래가 이뤄졌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강남구 '압구정현대5차' 전용면적 82㎡는 지난 12일 46억원(9층)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 10월 24일에 세운 신고가 47억9800만원(3층)보다 2억원가량 하락한 금액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첫째주(2일 기준)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강동구(-0.02%)만 유일하게 전주 대비 아파트 가격이 하락 전환했으나, 둘째주(9일 기준)에는 강동구(-0.02%), 동대문·은평·서대문·동작구(각 -0.01%) 등 5개 자치구로 하락 추세가 번졌다. 

전문가들은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안 가결 등 탄핵 정국의 시장 경색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탄핵 심판과 조기대선 가능성 등 정치적 불확실성에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어서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정국 때도 아파트 거래량은 급락했다. 국토부 자료를 보면 2016년 10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만3467건이었으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이 본격화한 11월에는 1만1528건으로 줄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12월에는 9654건, 이듬해 1월에는 4627건으로 주저앉았다. 불과 석달 만에 거래량이 약 66% 감소한 것이다. 2017년 2월에도 4000건대에 머문 거래량은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한 3월에 6802건으로 반등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집값 단기 급등에 대한 피로감과 대출 규제, 경기 침체 우려 등에 정치 불확실성까지 악재가 엎친 데 덮쳤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헌재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거래절벽은 불가피하다"며 "내년 1분기까지는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거래량 감소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