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돈봉투 의혹' 윤관석 첫 재판서 혐의 일부 부인…"지시 아닌 '협의'였다"

2023-09-18 18:04
기본적인 사실관계 인정...법리적 다툼 예고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무소속 윤관석 의원이 지난달 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돈 봉투 살포 의혹 관련 핵심 피의자들에게 국회의원 금품제공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관석 무소속 의원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김정곤 부장판사)는 18일 정당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의원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에 앞서 피고인과 검찰 측 입장을 확인하고 증거 입증 계획을 논의해 피고인 출석 의무는 없다. 이날 윤 의원은 출석하지 않았다. 
 
윤 의원은 2021년 4월경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송영길 당시 후보를 당대표로 당선시키려는 목적으로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구속기소),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전 송영길 보좌관 박용수씨에게 국회의원 금품제공을 지시·요구·권유한 혐의를 받는다. 국회의원에게 교부하려는 목적으로 2차례에 걸쳐 이들에게 약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이날 윤 의원 측은 "범죄를 저지른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면서 "사실 관계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송영길 후보의 민주당 당대표 선출을 목적으로 이같은 행위를 했다고도 인정했다.
 
다만 윤 의원이 이 전 부총장으로부터 받은 돈봉투에는 300만원이 아닌 100만원씩 들어 있어 수수 혐의로 받은 돈은 총 2000만원이라는 취지로 일부 사실관계를 부인했다. 윤 의원 측은 "사실관계를 인정하더라도 '지시·요구·권유'가 아닌 '협의'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4월 24일 오후 강래구와의 전화에서 '내가 박용수와 상의할 테니 너도 전화해서 이야기해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협의'의 근거를 들었다.
 
특히 "법정형이 '협의'는 3년 이하의 징역형인 반면 '지시·요구·권유'는 5년 이하의 징역형"이라면서 "'협의'보다는 나아간 부분이 있어야 이 법조가 적용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의원 측은 검찰이 이 사건 관련 법리를 설명하면서 예시로 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걸고 넘어지면서 치열한 법리 다툼을 예고했다.
 
검찰이 제시한 공직선거법 관련 판례에서는 유권자 매수용으로 돈을 받고 다시 전달한 한 사무장에게 금품 요구 행위와 수수 행위를 별개의 범죄로 보고 처벌했다. 검찰은 합의체 판결 중 일부를 인용해 "금권선거 현장에서 배우자나 후보자가 바로 주는 경우 극히 드물고 중간단계를 거치며 다수의 최종 유권자들에게 전달된다"며 "그 전 과정 모두 밝히는 것은 극히 어려워 최종 단계만 처벌 대상으로 하면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윤 의원 측은 "공직선거법상 처벌 규정 취지를 정당법에 관해서도 그대로 적용 가능한 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윤 의원이 금품 전달 과정에서 '배달'만 했는지 어떤 의원에게 돈을 전달할지 결정권을 가졌는지에 따라 수수 혐의 적용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쟁점을 정리했다.
 
한편, 강 전 감사는 본인의 재판 과정에서 윤 의원에게 3000만원을 제공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재판부는 강 전 감사의 재판과 병합하고 박씨의 재판은 따로 진행하기로 정했다. 다음 기일은 10월 10일로 오전에는 2차 공판준비기일을 마무리하고, 오후부터 첫 공판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