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서열까지 바꾼 이차전지 광풍… 포스코그룹 6→5위, 에코프로그룹 15→6위
2023-08-02 06:30
이차전지 광풍이 재계 지도까지 바꾸고 있다. 유가증권에 상장된 대기업집단 계열사들이 배터리 관련주의 급등으로 시가총액이 연초 대비 350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에코프로그룹, 포스코그룹 등 이번 배터리 광풍의 가장 큰 수혜주들은 시가총액 상승분이 수십조원에 달해 시총 기준 재계 순위마저 바꿔 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76개 대기업 집단 중 상장사를 갖고 있는 73개 그룹, 338개사의 시가 총액을 비교한 결과 1월 2일 기준 1423조7366억원이던 시가 총액 총합은 7월 28일 기준 1773조9550억원으로 집계됐다. 연초 대비 350조2184억원이 늘었다.
에코프로그룹은 지난 5월에 대기업 집단에 편입돼 현재 재계순위 58위지만 시가 총액으로는 이미 재계 상위권 그룹사와 어깨를 나란히 한 모습이다.
계열사별 증가폭을 살펴보면 에코프로(26조6238억원, 960.1%), 에코프로비엠(30조7194억원, 336.3%), 에코프로에이치엔(6574억원, 94.0%) 등이다. 에코프로는 10배, 가장 적게 오른 에코프로에이치엔도 2배 가까이 올랐다.
단기적으로 조정받는 모습도 보였다. 에코프로는 2분기 부진한 실적에 5~6%대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고, 지난달 27일에는 전 거래일 대비 24만3000원(19.79%) 폭락하며 100만원선을 내주기도 했다. 대부분 외국인 차익실현 매물이 나온 영향으로 풀이된다.
◇포스코그룹, 시총 100조원 돌파= 포스코그룹도 이차전지 광풍에 시총 100조원을 돌파했다. 총 6개의 상장사를 가진 포스코그룹은 연초 41조9388억원에서 70조5520억원(168.2%) 늘어난 112조4911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재계서열 10대 그룹사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포스코그룹은 연초 5위였던 카카오그룹을 밀어내고 전체 시총 순위 5위를 차지했다.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 시총은 52조3496억원으로 같은 기간 29조3462억원(127.6%) 증가해 50조 클럽에 진입했다. 포스코홀딩스 주가는 지난달 12일부터 같은달 25일까지 10거래일 동안 1거래일 제외하고 모두 상승마감했다.
포스코퓨처엠 시총은 39조5062억원으로 같은 기간 24조6720억원(166.3%) 늘어 30조 클럽에 들었다. 포스코퓨처엠도 지난달 14일부터 같은달 25일까지 1거래일을 제외한 7거래일 상승세를 보였다.
이처럼 포스코그룹 시총이 늘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전사적으로 배터리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서 포스코홀딩스는 지난달 11일 ‘이차전지 소재사업 밸류데이’를 통해 완성배터리를 제외하고 배터리 원료부터 핵심소재까지 생산 및 공급하는 밸류체인을 형성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포스코퓨처엠의 경우 이차전지 양·음극재 동시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변함 없는 시총 1~4위= 시가 총액 기준 1위 삼성, 2위 LG, 3위 SK, 4위 현대차 등의 순위는 변함이 없었다.
삼성그룹의 17개 상장사 시총은 연초 518조824억원에서 98조2373억원(19.0%) 늘어난 616조3197억원을 달성했다. 이 중 삼성전자 27.2%, 삼성중공업 75.0%, 삼성엔지니어링 55.4%, 삼성화재 24.7%, 삼성SDI 10.1% 등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제일기획 -16.1%, 호텔신라 -11.3%, 삼성물산 -8.4%, 삼성바이오로직스 -5.2% 하락했다.
LG그룹의 경우 11개의 상장사가 연초대비 26조5445억원(13.3%) 늘어난 226조7422억원을 달성했다. 특히 배터리와 관련된 LG에너지솔루션 22조4640억원(21.5%), LG화학 3조2472억원 (7.6%)의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SK그룹의 경우 21개 상장사 중 14곳의 시총이 증가해 총 168조8863억원을 기록했다. 연초(122조8271억원) 대비 46조590억원(37.5%) 늘어난 금액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37조745억원(69.1%), SKIET의 경우 3조4437억원(89.6%) 증가하는 등 SK그룹 역시 반도체, 이차전지 관련 상장사가 그룹 전체 시총을 견인했다.
현대차그룹 역시 글로벌 실적에서 강세를 보이며 연초 99조7700억원에서 123조1300억원을 기록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연초에는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심도 양호한 모습이었다”며 “지금은 투심이 악화되긴 했지만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반도체 업황이 회복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에서 IT업종에 대한 투심이 위축된 가운데 카카오그룹은 48조2470억원으로 연초보다 1조9760억원(4.3%) 늘어나는 등 선방했지만 포스코, 에코프로그룹에 밀려 시총 순위는 두 계단 하락한 7위를 기록했다.
◇아모레·CJ·GS 등은 시가총액 감소= 시가 총액이 감소한 기업들도 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이 가장 많이 감소한 그룹은 아모레퍼시픽그룹으로 연초 10조7702억원에서 6조3010억원(58.5%) 줄어든 4조4692억원으로 절반 이상 감소한 셈이다.
이어 CJ그룹은 16조4809억원에서 11조5329억원으로 같은 기간 4조9480억원(30.0%) 줄었다. 9개 상장사 중 CJ씨푸드 1곳을 제외한 8곳 모두 시가총액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시총 규모가 감소한 대기업은 GS그룹 2조491억원(19.0%), 넷마블 1조6754억원(18.8%), 삼천리 1조2114억원(66.2%), 신세계 1조1178억원(17.5%) 등이다.
한편 코스피 상장사 전체 시총은 2075조549억원에서 2514조5321억원으로 439조4771억원(21.2%) 증가했다. 이 중 대기업집단 소속 상장사 시총 비중은 연초 68.8%에서 70.4%로 늘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차전지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 가운데 국내증시 변동성이 부각됐다”며 “변동장세에 비교적 안정성이 높은 대기업, 대형주에 대한 선호현상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