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준금리 동결] 긴축 가능성 지속…경기부양 전환 의구심

2023-06-15 16:55
연준 점도표상 연말 금리 5.6%…하반기 1~2회 베이비스텝 예상
경기부진·신용위험 주의보…가계부채 및 자산가격 정상화 아직
상대적 고금리 상황 지속…세수 부족에 재정지출 확대도 어려워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 높은 상태"라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워싱턴DC AP=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매파적 성향은 유지하고 있어 우리 정부 측 셈법이 복잡해졌다. 

경기 하방 압력이 크지만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도 당장 금리 인하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상대적 고금리 기조 속에 금융시장 신용위험 우려도 가시지 않아 부양책 카드를 꺼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연준은 14일(현지시간)까지 이틀 동안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성명에서 "기준금리를 5.00∼5.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물가 안정을 위해 올 하반기에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방침을 강력하게 시사해 긴축 기조 유지를 예고했다.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에서는 0.25%포인트를 뛰어넘는 금리 인상이 읽힌다. FOMC 위원들의 금리 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의 올해 말 금리 예상치(중간값)는 5.6%다. 

이는 3월 전망치(5.1%)보다 높은 것이며 올 하반기 두 번 정도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가 추가로 올라갈 가능성까지 있다면 당장 경기 부양에 나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까지 떨어졌다고 해도 한국은행이 안정적 수준으로 보는 2%대에 도달하기엔 시일이 더 필요하다.

상대적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는 데 따른 소비 위축도 정부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민간 소비가 둔화하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자칫 0%대로 고꾸라질 수 있다. 

소비는 보통 금리 인상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난 시점부터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연준은 지난해 6월부터 공격적 금리 인상에 나섰으며 한은은 이보다 선제적으로 2021년 8월부터 인상 사이클에 접어들었다.  

여기에 금융시장 신용위험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2년 가까이 긴축 정책을 추진했음에도 가계부채와 자산 가격이 충분한 수준까지 하락했다고 보기 어렵다. 

한은은 지난 8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금리 수준이 높아진 가운데 비(非)은행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부동산 금융 관련 신용 리스크가 여타 부문과 시장 불안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은행 금융기관에서 기업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증권 관련 익스포저가 큰 증권사와 건설사에 대한 신용 경계도 지속되고 있다"고 짚었다.

무엇보다 '세수 펑크' 사태 여파로 경기 부양에 나설 실탄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올 들어 4월 말까지 부동산·증권 등 자산 관련 세수가 지난해보다 9조원 가까이 급감했다. 전 세계적 고금리 현상에 자산시장이 크게 위축된 탓이다. 

기획재정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에게 제출한 1~4월 세수 실적 자료에 따르면 양도소득세(양도세)와 상속증여세, 증권거래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농어촌특별세(농특세) 등 자산 관련 세수는 5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조8000억원(36%) 감소한 수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하반기 들어 쉽사리 부양책 카드를 꺼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