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에 우리 수출 타격…실속 찾기 힘드네

2023-04-24 15:51
IRA·반도체법 해법 도출 어려워…보호주의 기조에 호혜 기대 난망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4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2년 만에 미국을 국빈으로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통상 외교를 통해 실속을 챙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이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을 위해 앞세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에 대한 해법과 함께 우리 기업의 중국 수출·투자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가 이번 방미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4일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추진된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 기업의 안정적 공급망 구축과 첨단산업기술 협력 등 미래지향적인 실질적 성과를 도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여당에서도 이번 방미에 역대 최대 규모인 기업인 122명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는 만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 하지만 최근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당시보다 더욱 강한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보이면서 실속을 챙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미국은 IRA 시행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현대·기아 모델을 제외했다. 또 반도체 보조금 지급 요건으로 '영업 기밀'인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 비율) 등 자료 제출과 초과이익 환수 등 다소 무리한 조항을 내걸며 업계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미국이 핵심 기술에 대한 기반 시설과 공급망을 자국에 유치하겠다는 의지가 뚜렷한 상황에서 우리가 해볼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IRA나 반도체법과 관련해 미국이 우리나라에만 유예를 적용하는 호혜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첨단산업 분야에서 미·중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우리 기업 수출 활로를 확보하는 것도 과제다. 

대중국 수출은 올 3월까지 10개월 연속 감소를 기록한 가운데 올 들어 반도체 수출 부진으로 무역적자 규모도 커지고 있다. 표면적으로 중국 내 경기 침체와 중간재 중심인 우리나라 수출 구조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정부 들어 한·미 공조 수위를 높이면서 미국에 가까워지려는 우리나라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중국을 향한 미국의 거센 압박으로 우리 수출 산업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23일(현지시간) 중국이 미국 마이크론 반도체 판매를 금지하면서 반도체가 부족해지면 '한국 기업이 그 부족분을 채우는 일이 없게 해 달라'고 미국이 한국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실제로 우리나라에 대중국 반도체 규제 강화를 요구하면 전체 반도체 수출량 절반 정도를 중국이 차지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적지 않은 손실이 예상된다. 

이 같은 이유로 윤 대통령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중국에 대한 자유로운 무역과 투자에 대한 보장을 받아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국을 비롯해 호주, 대만, 일본 등도 중국의 수출입 1위 국가임을 언급하며 "우리(나라)가 미국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미·중 갈등에서 미국 편에 서더라도 중국과 경제 교류를 할 자유를 이번에 얻어 오는 게 큰 원칙"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