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카운트', 韓영화 자존심 지킬까

2023-02-13 19:08

영화 '카운트' 스틸컷[사진=CJ ENM]

영화 '아바타: 물의 길' '더 퍼스트 슬램덩크' '타이타닉' 등 외화의 강세 속 한국영화들이 크게 위축된 모양새다. 지난해 겨울부터 이어진 한국영화의 흥행 부진이 좀처럼 깨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범죄도시' '극한직업' '공조2' 등으로 흥행 배우 반열에 오른 진선규가 처음으로 단독 주연을 맡은 영화 '카운트'가 출격한다. 유쾌하고 시원한 재미로 중무장한 '카운트'가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일으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위치한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카운트'(감독 권혁재) 언론 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권혁재 감독과 배우 진선규, 성유빈, 오나라, 고창석, 장동주가 참석했다.

영화는 금메달리스트 출신 체육 선생 '시헌'(진선규 분)이 오합지졸 제자들을 만나 성장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88년 제24회 서울올림픽 복싱대회 라이트미들급 금메달을 딴 전 복싱 선수 박시헌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한다.

권혁재 감독은 "1988년 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시헌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만들었다. 박시헌 전 선수가 복싱을 그만두고(당시 편파 판정·금메달 논란으로 은퇴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다시 복싱을 시작하게 되는 과정에서 끌림을 느꼈다. 박시헌 전 선수를 모티프로 하고 있으나 가족, 학생들과의 이야기 등은 창조해낸 거다. 무언가를 포기했던 남자가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고, 어린 친구들과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로 방향을 잡았다"라고 밝혔다.

권 감독은 박시헌 현 감독과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그는 "(박)시헌 선생님과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제가 이 작품을 준비하며 말하고자 했던 건 '포기하지 않고 성장하는 이야기'였다. 복싱부 제자들과 가족들 그리고 장애물인 빌런 등에 관해 (전개 과정을) 말씀드렸는데 선생님께서 '창조에 있어서는 자유롭게 하라'고 말씀하셨다. 복싱을 지도하시는 과정에서도 그랬다. 항상 열려 계셨다. 창작자로서는 자유롭게 생각하고 풀어낼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영화 '카운트' 스틸컷[사진=CJ ENM]


영화는 시종 유쾌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이어간다. 꿈을 포기했던 남자가 자신과 꼭 닮은 오합지졸 제자들과 만나 함께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통해 뭉클한 감동을 이끈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모여 하모니를 이루고, 승리를 쟁취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카타르시스도 이 영화의 재미다.

권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 가장 고민한 건 캐릭터 간 밸런스다. '시헌'(진선규 분)이라는 캐릭터가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윤우'(성유빈 분) 때문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윤우'는 편파 판정으로 꿈이 꺾인 아이다. 동시에 '윤우'는 '시헌'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캐릭터기도 해서 반대의 이미지를 쓰려고 했다. '윤우'와 '환주'(장동주 분)도 그렇다. '윤우'는 애어른 같은 느낌을 주려고 했고, '환주'는 철없지만 미워할 수 없고 부족하지만 리더쉽이 있는 이미지를 주려고 했다. 색대비도 '윤우'에게는 빨간색 옷을, '환주'에게는 파란색 옷을 주면서 대비되게끔 원투펀치처럼 느껴지게 디자인했다. 그게 중요했고 오래 공을 들렸다"라고 설명했다.

영화 '카운트'는 여느 청춘 드라마, 성장 드라마처럼 '꿈'을 향해 한 걸음씩 확실하게 내디딘다. 권 감독은 영화 '카운트'가 말하는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권 감독은 "요즘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을 많이 하지 않나. 우리 영화의 정신도 그러하다. 좋아하는 일을 포기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배우들이 촬영하며 느낀 즐거움을 고스란히 전달받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가지셨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영화 '카운트' 스틸컷[사진=CJ ENM]


극 중 '시헌' 역을 맡은 진선규도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나와 꼭 닮았다"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진선규는 "'시헌'이 아니라 '선규'라는 역할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닮았더라. 시나리오를 읽으며 함께 울고 웃었다. 이상한 느낌이었다. 저의 모든 건 아니더라도 8~90%는 공유하는 캐릭터였다"라고 말했다.

또 박시헌 전 복싱선수와 이야기를 나누며 도움을 받은 부분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단체 훈련할 때 만나고 그 이후에 자주 연락을 드렸다. 그분의 외형적인 걸 모사하려는 생각은 없었다. 그분의 열정과 지금까지 꺾이지 않고 묵묵히 일해온 마음을 그리고 싶었다. 저와 매우 닮은 부분이기도 하다. 제가 그 분에게 느낀 따뜻함이나 복싱에 대한 즐거움을 최대한 녹여보자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진선규는 첫 단독 주연을 맡아 '카운트'를 이끌어가는 것에 대한 소감도 밝혔다.

그는 "정말 떨린다. 영화를 드디어 선보이게 되고 (박시헌) 선생님께 연락했다. 선생님께서 문자로 '진선규라는 배우가 링에 오르는데 뭐가 걱정이겠냐. 당신이 떨면 옆 선수들이 더 떨려 할 거라고' 하시더라. 그 문자를 보고 힘이 났다. 뭉클하기도 했다"라며 돌연 눈물을 보였다.

영화 '카운트' 스틸컷[사진=CJ ENM]


배우들의 환상적인 호흡은 영화 '카운트'의 자랑거리다. 아이들의 스승으로 나선 '시헌'과 오합지졸 제자 '윤우' '환주' '복안'의 만남과 성장은 배우들의 차진 호흡으로 완성됐다.

'환주' 역을 맡은 장동주는 "카메라가 돌아가면 의지할 곳이 진선규 선배님밖에 없었다. '환주'라는 역할에 대해 오래 고민했고 다양한 걸 시도해보았다. 개인적 도전이었는데 선배님께서 다 살려주셨다. 먼 훗날 제가 선배님 소리를 듣게 되는 날이 온다면 저도 꼭 선배님처럼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윤우' 역의 성유빈도 같은 의견이었다. "링 위에서 찍는 분량이 많았다. 촬영을 하는 날은 하루 종일 스파링하는 기분이었다. 진선규 선배님께서 선생님처럼 존재해주시며 따뜻한 눈빛을 보내주셔서 기운 낼 수 있었다. 촬영 외에도 좋은 이야기도 많이 해주셔서 의지할 수 있었다. 내부 시사회 이후 따로 연락을 드린 적도 있다. 영화를 보며 '아, 나는 왜 저렇게 디테일하지 못했을까?' 싶기도 하더라. 영화 속 선배님을 보면서 참 많이 배웠다. 좋은 형이자, 동료, 한 인간으로서도 감사하고 좋은 분"이라고 말했다.

올해, '꺾이지 않는 마음'을 선물할 영화 '카운트'는 오는 22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관람 등급은 12세 이상, 러닝타임은 18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