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다음 소희' 김시은 "모든 순간, 진심으로 연기 했어요"
2023-02-10 06:00
"칸영화제의 숨은 보석."
영화 '다음 소희'(감독 정주리)는 지난해 5월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을 통해 세상에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프랑스비평가협회 소속 최고 평론가들이 참신하고 작품성 있는 영화를 엄선하는 비평가주간에 한국 영화 최초로 폐막작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뤄낸 것은 물론이고 상영 후에는 7분간의 기립박수로 극장을 뜨겁게 달궜다.
신예 배우 김시은은 칸 국제영화제로부터 '숨은 보석'이라고 평가받았다.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 배우는 첫 장편영화로 관객들의 마음을 홀렸다. 천진하고 말간 얼굴로 나타나, 관객들에게 '소희'를 각인시킨 그. 정말이지 '숨은 보석' 같았다.
"해외에서 먼저 공개되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들었어요. 상도 받고, 좋은 이야기도 많이 들어서 사실 조금 안심했어요. 시나리오도 훌륭하고 정주리 감독님과 배두나 선배님의 만남으로 화제가 된 작품에 제가 방해되지는 않을까 걱정했었거든요. 그런데 다행히 반응이 좋다고 들어서 안심했죠. 한국 관객분들은 어떤 평가를 해주실지 정말 궁금해요. 매일 후기를 찾아보고 있어요. 하하."
영화 '다음 소희'는 당찬 열여덟 고등학생 '소희'(김시은 분)가 현장 실습에 나가며 겪게 되는 사건과 이를 조사하던 형사 '유진'(배두나 분)이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조현철 감독님의 '너와 나'를 먼저 찍었어요. 당시 조감독님께서 '다음 소희'를 준비 중이셨는데 저를 '소희' 역으로 추천해주셨대요. 대본을 전달받고 '꼭 출연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오디션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죠. '소희는 춤을 좋아하는 아이니까 오디션에서 춤을 춰보라고 하실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해서 춤 연습까지 해갔어요. 그런데 감독님께서는 연기나 춤을 보여달라고 하지 않으시고 아주 일상적인 대화를 꺼내시더라고요. '다음 소희' 이야기부터 일상적인 이야기까지 나누었어요."
정주리 감독은 김시은에게서 평범한 고등학생 '소희'를 발견했다. 정 감독은 고민할 것도 없이 김시은에게 '소희'를 내어주었다. 정 감독의 선택에 겁을 먹은 건 오히려 김시은이었다.
"감독님과 처음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뒤 바로 캐스팅이 되었어요. 함께 자리에 계셨던 분들 모두 깜짝 놀랐죠. 이후에 대본 리딩을 했는데 걱정이 많았어요. 여기에서 처음 제 연기를 보여드리는 건데. 만약 제가 연기를 잘 못한다면 그로 무산되는 게 아닐지 걱정이 되어서요. 다행히 감독님께서 제 연기도 좋게 봐주셨고, 영화를 찍을 때도 '소희 같다'라고 해주셨어요."
극 중 김시은은 콜센터로 현장 실습을 나간 고등학생 '소희'를 연기했다. 단짝 친구와 함께 시간 보내는 것과 춤추는 것이 가장 즐거운 열여덟 살. 할 말은 할 만큼 씩씩하고 똑 부러지지만, 때로는 해맑고 서툴기도 한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졸업을 앞두고 설렘과 기대를 안은 채 나간 현장실습에서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피폐해지는 인물이다.
"제 또래 배우들이라면 누구나 이 역할이 탐났을 거로 생각해요. 시나리오도 좋고 정주리 감독님, 배우나 선배님과 함께 할 수 있는 작품이니까요. 또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큰 울림이 있었고요."
'다음 소희'는 지난 2017년 전주에서 일어난 콜센터 현장실습생 사건을 모티프로 한다. 부조리한 시스템과 보호받지 못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시나리오를 읽기 전까지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줄 몰랐어요. 나중에 기사 같은 걸 찾아 읽으면서 사건을 알아나갔죠. 너무 많은 정보를 알게 된다면 연기할 때 유연하게 사고하는 게 어려울 거로 생각해서 사건 위주의 기사들만 보고 흡수하려고 했어요."
'소희'가 겪는 사건들이 실화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김시은은 마음가짐을 달리했다. 더욱더 진심으로 작품에 임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보니 한순간이라도 거짓되게 연기한다면 나중에 엄청나게 후회할 것 같더라고요. 죄스럽다고 할까요? 진심으로 '소희'에게 가까워지기 위해서 노력했어요. 한 장면, 한 장면 '소희'로서 존재하길 바랐어요. 만약 이 작품과 캐릭터가 허구였다면 지금보다는 마음이 가벼웠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실화다 보니 마음이 무거웠어요."
김시은은 정주리 감독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
"감독님은 확실하고 디테일한 분이세요. 제가 흔들릴 때면 바로 알아채고 잡아주시죠. 뉘앙스로만 언급해도 '이런 이야기구나' 알겠더라고요. 그게 참 신기했어요. 드라마 촬영 때는 제가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게 아니라서 이렇게까지 깊고 디테일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요. '다음 소희'를 찍으면서 인물을 만들어간다는 게 참 재밌었어요. 제겐 귀한 경험이었어요."
'소희'의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 '유진' 역을 연기한 배두나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전개상 배두나와 호흡 맞출 일들은 없었지만, 현장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을 받았다는 설명이었다.
"(배두나) 선배님은 촬영이 없는 날에도 현장에 와주세요. '이렇게 우리 영화에 애정이 많으시구나' 싶어서 든든했어요. 저는 선배님처럼 순수하면서 건강한 마인드를 가진 어른을 처음 만나보거든요. 선배님께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김시은은 배두나와 영화 '다음 소희'를 찍으며 그를 롤모델로 삼고 나아가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단단하지만 유연하고 건강한 배우가 되는 게 꿈"이라고 한다.
"저는 단단하지만, 유연한 사람이 되고, 건강한 배우로 발전하고 싶어요. 건강한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 건강한 에너지를 줄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
'다음 소희'를 떠나보낸 뒤엔 지금과는 다른 색다른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고. 그는 관객들에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씩씩하게 답했다.
"'다음 소희'가 관객들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고요. 또 '너와 나'도 준비 중이니 기대해주시면 좋겠어요. 그다음 작품은 어떤 걸 맡게 될까요? 그게 요즘 저의 주된 고민이에요. '소희'를 정말 좋아하지만, 다음 작품에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어요."
영화 '다음 소희'(감독 정주리)는 지난해 5월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을 통해 세상에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프랑스비평가협회 소속 최고 평론가들이 참신하고 작품성 있는 영화를 엄선하는 비평가주간에 한국 영화 최초로 폐막작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뤄낸 것은 물론이고 상영 후에는 7분간의 기립박수로 극장을 뜨겁게 달궜다.
신예 배우 김시은은 칸 국제영화제로부터 '숨은 보석'이라고 평가받았다.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 배우는 첫 장편영화로 관객들의 마음을 홀렸다. 천진하고 말간 얼굴로 나타나, 관객들에게 '소희'를 각인시킨 그. 정말이지 '숨은 보석' 같았다.
"해외에서 먼저 공개되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들었어요. 상도 받고, 좋은 이야기도 많이 들어서 사실 조금 안심했어요. 시나리오도 훌륭하고 정주리 감독님과 배두나 선배님의 만남으로 화제가 된 작품에 제가 방해되지는 않을까 걱정했었거든요. 그런데 다행히 반응이 좋다고 들어서 안심했죠. 한국 관객분들은 어떤 평가를 해주실지 정말 궁금해요. 매일 후기를 찾아보고 있어요. 하하."
"조현철 감독님의 '너와 나'를 먼저 찍었어요. 당시 조감독님께서 '다음 소희'를 준비 중이셨는데 저를 '소희' 역으로 추천해주셨대요. 대본을 전달받고 '꼭 출연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오디션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죠. '소희는 춤을 좋아하는 아이니까 오디션에서 춤을 춰보라고 하실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해서 춤 연습까지 해갔어요. 그런데 감독님께서는 연기나 춤을 보여달라고 하지 않으시고 아주 일상적인 대화를 꺼내시더라고요. '다음 소희' 이야기부터 일상적인 이야기까지 나누었어요."
정주리 감독은 김시은에게서 평범한 고등학생 '소희'를 발견했다. 정 감독은 고민할 것도 없이 김시은에게 '소희'를 내어주었다. 정 감독의 선택에 겁을 먹은 건 오히려 김시은이었다.
극 중 김시은은 콜센터로 현장 실습을 나간 고등학생 '소희'를 연기했다. 단짝 친구와 함께 시간 보내는 것과 춤추는 것이 가장 즐거운 열여덟 살. 할 말은 할 만큼 씩씩하고 똑 부러지지만, 때로는 해맑고 서툴기도 한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졸업을 앞두고 설렘과 기대를 안은 채 나간 현장실습에서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피폐해지는 인물이다.
"제 또래 배우들이라면 누구나 이 역할이 탐났을 거로 생각해요. 시나리오도 좋고 정주리 감독님, 배우나 선배님과 함께 할 수 있는 작품이니까요. 또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큰 울림이 있었고요."
'다음 소희'는 지난 2017년 전주에서 일어난 콜센터 현장실습생 사건을 모티프로 한다. 부조리한 시스템과 보호받지 못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시나리오를 읽기 전까지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줄 몰랐어요. 나중에 기사 같은 걸 찾아 읽으면서 사건을 알아나갔죠. 너무 많은 정보를 알게 된다면 연기할 때 유연하게 사고하는 게 어려울 거로 생각해서 사건 위주의 기사들만 보고 흡수하려고 했어요."
'소희'가 겪는 사건들이 실화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김시은은 마음가짐을 달리했다. 더욱더 진심으로 작품에 임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보니 한순간이라도 거짓되게 연기한다면 나중에 엄청나게 후회할 것 같더라고요. 죄스럽다고 할까요? 진심으로 '소희'에게 가까워지기 위해서 노력했어요. 한 장면, 한 장면 '소희'로서 존재하길 바랐어요. 만약 이 작품과 캐릭터가 허구였다면 지금보다는 마음이 가벼웠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실화다 보니 마음이 무거웠어요."
김시은은 정주리 감독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
"감독님은 확실하고 디테일한 분이세요. 제가 흔들릴 때면 바로 알아채고 잡아주시죠. 뉘앙스로만 언급해도 '이런 이야기구나' 알겠더라고요. 그게 참 신기했어요. 드라마 촬영 때는 제가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게 아니라서 이렇게까지 깊고 디테일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요. '다음 소희'를 찍으면서 인물을 만들어간다는 게 참 재밌었어요. 제겐 귀한 경험이었어요."
'소희'의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 '유진' 역을 연기한 배두나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전개상 배두나와 호흡 맞출 일들은 없었지만, 현장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을 받았다는 설명이었다.
"(배두나) 선배님은 촬영이 없는 날에도 현장에 와주세요. '이렇게 우리 영화에 애정이 많으시구나' 싶어서 든든했어요. 저는 선배님처럼 순수하면서 건강한 마인드를 가진 어른을 처음 만나보거든요. 선배님께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김시은은 배두나와 영화 '다음 소희'를 찍으며 그를 롤모델로 삼고 나아가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단단하지만 유연하고 건강한 배우가 되는 게 꿈"이라고 한다.
"저는 단단하지만, 유연한 사람이 되고, 건강한 배우로 발전하고 싶어요. 건강한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 건강한 에너지를 줄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
'다음 소희'를 떠나보낸 뒤엔 지금과는 다른 색다른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고. 그는 관객들에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씩씩하게 답했다.
"'다음 소희'가 관객들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고요. 또 '너와 나'도 준비 중이니 기대해주시면 좋겠어요. 그다음 작품은 어떤 걸 맡게 될까요? 그게 요즘 저의 주된 고민이에요. '소희'를 정말 좋아하지만, 다음 작품에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