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다음 소희' 배두나 "촬영 내내 마음이 무너지는 느낌…다음엔 코미디 찍고 싶어요"
2023-02-13 00:00
청소년·청춘이 겪는 사회 문제 관심 많아
정주리 감독 '도희야' 이어 두번째 호흡
언제나 난도질당할 각오로 작품 시작
상업·예술영화 오가며 메시지 전달 뜻깊어
배두나보단 캐릭터 이름으로 불리고파
정주리 감독 '도희야' 이어 두번째 호흡
언제나 난도질당할 각오로 작품 시작
상업·예술영화 오가며 메시지 전달 뜻깊어
배두나보단 캐릭터 이름으로 불리고파
열여덟 고등학생 '소희'(김시은 분)가 콜센터 현장 실습을 하며 부당한 일들을 겪게 되고 이를 형사 '유진'(배두나 분)이 조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영화 '다음 소희' 줄거리다.
영화 '다음 소희'가 지난해 5월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을 통해 세상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프랑스비평가협회 소속 최고 평론가들이 참신하고 작품성 있는 영화를 엄선하는 비평가주간에 한국 영화 최초로 폐막작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뤄냈으며 상영 후에는 7분간 기립박수로 극장을 뜨겁게 달궜다.
이러한 호평의 중심에는 배우 배두나가 있었다. 상업영화와 예술영화까지 경계 없이 오가며 관객들을 자연스레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관객의 '눈'이 되어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다음 소희'가 해외 영화제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 걸 보면서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젊은 외국인 관객은 '너희가 우리 이야기를 어떻게 알고 있느냐'고 묻더라고요. 한국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거죠. 자본주의 사회라면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인 거예요. 세계적으로 사회 초년생들이 겪는 일들은 다 같은가 봐요."
배두나는 영화 '다음 소희'가 사회 초년생들이 겪는 부당한 일들을 구석구석 날카롭게 짚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주리 감독이 부조리한 사회 이면을 찌르고 청소년 문제를 이야기하는 방식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는 부연이었다.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이건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청소년, 젊은 세대, 청춘이 겪는 문제나 사고 개선에 관심이 많아요. 걱정도 많고요.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되도록 참여하는 편이에요. 단순하게 '좋은 세상이 되면 좋겠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해요. 이런 작품을 더 많은 사람이 보게 된다면 그만큼 좋은 영향력도 미칠 것으로 생각하고요."
배두나는 정주리 감독의 장편 데뷔작 '도희야'(2014)에 이어 '다음 소희'까지 함께했다. 그가 두 작품이나 연달아 출연하게 된 건 정 감독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는 정주리 감독님 스타일을 좋아해요. 강한 어조로 사회 고발을 하거나 강요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레 느끼게 하는 게 참 좋았어요."
정주리 감독에게 칸 국제영화제 출품을 제안한 것도 같은 이유다. 영화 '다음 소희'에 관한 믿음과 애정이 가득했던 만큼 많은 이가 관람할 수 있기를 바랐다.
"지난해 3월 영화 '다음 소희' 촬영을 마치고 영화 '레벨 문'(감독 잭 스나이더)을 찍기 위해 출국해야 했어요. 떠나면서 정주리 감독님께 '영화가 너무 좋을 것 같다. 많은 사람이 보면 좋을 것 같으니 영화제에 출품하는 게 어떻겠냐'고 했죠. 저처럼 관객들 역시 ('다음 소희'를)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작품이 만족스러울수록 연기해야 하는 캐릭터들은 고통스럽게 마련이다. 배두나는 영화 '다음 소희'를 찍으며 마음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극 중 '소희' 친구를 만나 함께 밥을 먹는 장면을 찍을 때 정말 마음이 안 좋았어요. 그 아이 손을 보니 먹먹해지더라고요. 그 뒤로 '소희' 담임 선생님과 장학사를 만나는 과정에서는 정신이 무너지는 것 같았고요."
앞서 정주리 감독은 '유진'에 관해 "형사보다는 해당 사건을 취재했던 기자, 현장 실습 문제에 관해 고민하는 노동자와 교육자를 모델로 만들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배두나 역시 '유진' 캐릭터를 설계할 때 당시 사건을 취재하고 공론화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PD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PD님은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을까? 아마 '유진'과 닮았을 것으로 생각했어요. 시청자들, 관객들은 결국 PD님 그리고 '유진' 뒤에 앉아 있는 거죠. 관객들은 결국 저와 같은 마음을 느낄 것으로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고통스러울 걸 알면서도 '도희야' '다음 소희' 같은 작품들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언제나 너덜너덜해질 각오를 하고 작품에 임한다"고 답했다.
"어떤 작품이든 그래요. 마음의 갑옷을 입고 힘들지 않기를 바라는 기대 같은 건 하지 않아요. 난도질당할 각오를 하고 시작하는 거죠."
배두나가 해석한 '유진'에 관해서도 설명해주었다. '유진'이 '소희'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뛰어들기까지 그가 어떤 심정을 느꼈을지에 관한 이야기였다.
"'소희' 사건을 맡은 직후부터 거부할 수 없는 어떤 끌림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 사건에 끌리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고 본 거죠. 이 같은 사건을 오래 고민했고 문제의식을 가졌을 거라고 해석했어요. 어떤 일을 오래 고민하고 일기에 써왔던 사람만이 그 일을 단도직입적으로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감독님이 하고 싶었던 말들, 오래 참아왔던 말들이 '유진'을 통해서 나오는 것으로 생각했어요."
'소희'를 연기한 배우 김시은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영화 구조상 '소희'가 세상을 떠난 뒤 '유진'이 조사를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연기 호흡을 맞출 만한 장면은 없었지만 현장에서 그의 연기를 눈여겨봐 왔다고 말했다.
"(김)시은이는 정말 투명한 아이예요. 어떤 색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어떤 색이든 물들일 수 있죠. 앞으로 더욱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완성된 영화를 보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정말 훌륭한 배우예요."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를 오가며 수많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는 온전히 작품으로서 말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배우로 일하며 속상했던 때는 제가 연기했던 캐릭터가 배역 이름이 아닌 배두나라고 불릴 때예요. 제가 너무 오래 일했기 때문에 캐릭터가 아니라 배두나가 먼저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죠. 그래서 배두나로서는 이야기를 잘 안 하려고 해요. 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지요. 최대한 참아요. 제가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해버린다면 캐릭터 목소리가 묻힐까 봐서요. 관객들이 '배두나는 저런 생각을 할 애가 아닌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잖아요. 관객이 최대한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노력인 거죠."
그는 최근 무거운 주제를 다룬 작품을 연달아 찍고 심적으로 어려움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차기 작품은 코미디를 찍어보고 싶다"며 천진하게 웃었다.
"코미디 장르를 정말 해보고 싶어요. 저는 코미디 연기가 최고 난도라고 생각하거든요. 사람을 울리는 것보다 웃기는 게 더 어렵잖아요. 지난 작품들이 무거운 주제를 다루기도 했고 극 중 답답한 상황을 많이 겪었더니 앞으로는 밝고 건강한 이야기 안에 있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제는 좀 웃고 싶어요. 하하. 감독님들, 재밌고 웃기는 작품이 있다면 제게도 좀 보내주세요! 하하."
영화 '다음 소희'가 지난해 5월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을 통해 세상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프랑스비평가협회 소속 최고 평론가들이 참신하고 작품성 있는 영화를 엄선하는 비평가주간에 한국 영화 최초로 폐막작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뤄냈으며 상영 후에는 7분간 기립박수로 극장을 뜨겁게 달궜다.
이러한 호평의 중심에는 배우 배두나가 있었다. 상업영화와 예술영화까지 경계 없이 오가며 관객들을 자연스레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관객의 '눈'이 되어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다음 소희'가 해외 영화제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 걸 보면서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젊은 외국인 관객은 '너희가 우리 이야기를 어떻게 알고 있느냐'고 묻더라고요. 한국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거죠. 자본주의 사회라면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인 거예요. 세계적으로 사회 초년생들이 겪는 일들은 다 같은가 봐요."
배두나는 영화 '다음 소희'가 사회 초년생들이 겪는 부당한 일들을 구석구석 날카롭게 짚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주리 감독이 부조리한 사회 이면을 찌르고 청소년 문제를 이야기하는 방식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는 부연이었다.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이건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청소년, 젊은 세대, 청춘이 겪는 문제나 사고 개선에 관심이 많아요. 걱정도 많고요.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되도록 참여하는 편이에요. 단순하게 '좋은 세상이 되면 좋겠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해요. 이런 작품을 더 많은 사람이 보게 된다면 그만큼 좋은 영향력도 미칠 것으로 생각하고요."
배두나는 정주리 감독의 장편 데뷔작 '도희야'(2014)에 이어 '다음 소희'까지 함께했다. 그가 두 작품이나 연달아 출연하게 된 건 정 감독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주리 감독에게 칸 국제영화제 출품을 제안한 것도 같은 이유다. 영화 '다음 소희'에 관한 믿음과 애정이 가득했던 만큼 많은 이가 관람할 수 있기를 바랐다.
"지난해 3월 영화 '다음 소희' 촬영을 마치고 영화 '레벨 문'(감독 잭 스나이더)을 찍기 위해 출국해야 했어요. 떠나면서 정주리 감독님께 '영화가 너무 좋을 것 같다. 많은 사람이 보면 좋을 것 같으니 영화제에 출품하는 게 어떻겠냐'고 했죠. 저처럼 관객들 역시 ('다음 소희'를)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작품이 만족스러울수록 연기해야 하는 캐릭터들은 고통스럽게 마련이다. 배두나는 영화 '다음 소희'를 찍으며 마음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극 중 '소희' 친구를 만나 함께 밥을 먹는 장면을 찍을 때 정말 마음이 안 좋았어요. 그 아이 손을 보니 먹먹해지더라고요. 그 뒤로 '소희' 담임 선생님과 장학사를 만나는 과정에서는 정신이 무너지는 것 같았고요."
앞서 정주리 감독은 '유진'에 관해 "형사보다는 해당 사건을 취재했던 기자, 현장 실습 문제에 관해 고민하는 노동자와 교육자를 모델로 만들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배두나 역시 '유진' 캐릭터를 설계할 때 당시 사건을 취재하고 공론화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PD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PD님은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을까? 아마 '유진'과 닮았을 것으로 생각했어요. 시청자들, 관객들은 결국 PD님 그리고 '유진' 뒤에 앉아 있는 거죠. 관객들은 결국 저와 같은 마음을 느낄 것으로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고통스러울 걸 알면서도 '도희야' '다음 소희' 같은 작품들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언제나 너덜너덜해질 각오를 하고 작품에 임한다"고 답했다.
"어떤 작품이든 그래요. 마음의 갑옷을 입고 힘들지 않기를 바라는 기대 같은 건 하지 않아요. 난도질당할 각오를 하고 시작하는 거죠."
배두나가 해석한 '유진'에 관해서도 설명해주었다. '유진'이 '소희'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뛰어들기까지 그가 어떤 심정을 느꼈을지에 관한 이야기였다.
"'소희' 사건을 맡은 직후부터 거부할 수 없는 어떤 끌림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 사건에 끌리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고 본 거죠. 이 같은 사건을 오래 고민했고 문제의식을 가졌을 거라고 해석했어요. 어떤 일을 오래 고민하고 일기에 써왔던 사람만이 그 일을 단도직입적으로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감독님이 하고 싶었던 말들, 오래 참아왔던 말들이 '유진'을 통해서 나오는 것으로 생각했어요."
'소희'를 연기한 배우 김시은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영화 구조상 '소희'가 세상을 떠난 뒤 '유진'이 조사를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연기 호흡을 맞출 만한 장면은 없었지만 현장에서 그의 연기를 눈여겨봐 왔다고 말했다.
"(김)시은이는 정말 투명한 아이예요. 어떤 색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어떤 색이든 물들일 수 있죠. 앞으로 더욱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완성된 영화를 보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정말 훌륭한 배우예요."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를 오가며 수많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는 온전히 작품으로서 말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배우로 일하며 속상했던 때는 제가 연기했던 캐릭터가 배역 이름이 아닌 배두나라고 불릴 때예요. 제가 너무 오래 일했기 때문에 캐릭터가 아니라 배두나가 먼저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죠. 그래서 배두나로서는 이야기를 잘 안 하려고 해요. 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지요. 최대한 참아요. 제가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해버린다면 캐릭터 목소리가 묻힐까 봐서요. 관객들이 '배두나는 저런 생각을 할 애가 아닌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잖아요. 관객이 최대한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노력인 거죠."
그는 최근 무거운 주제를 다룬 작품을 연달아 찍고 심적으로 어려움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차기 작품은 코미디를 찍어보고 싶다"며 천진하게 웃었다.
"코미디 장르를 정말 해보고 싶어요. 저는 코미디 연기가 최고 난도라고 생각하거든요. 사람을 울리는 것보다 웃기는 게 더 어렵잖아요. 지난 작품들이 무거운 주제를 다루기도 했고 극 중 답답한 상황을 많이 겪었더니 앞으로는 밝고 건강한 이야기 안에 있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제는 좀 웃고 싶어요. 하하. 감독님들, 재밌고 웃기는 작품이 있다면 제게도 좀 보내주세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