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10만개 돌아왔지만…정확한 회수율 '아무도 몰라'

2023-01-05 16:01
일회용컵 보증금 반환제 시행 한달
판매 자료 전달받는 데 8주…회수율 20~30% 추정만
올해부터 일회용컵 반환시 탄소중립포인트 200원 지급
세종·제주지역 성과 평가후 3년 내 전국 확대 결정할 것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팀]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이후 한 달간 10만여개 일회용컵이 반납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유동 인구가 많은 대형마트 등에 외부 반납처를 만들어 회수율을 높일 계획이다. 더 많은 매장이 제도를 이행하도록 지원책을 늘리는 동시에 지역 대형 브랜드도 보증금제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반납 일회용컵 10만개 넘었지만 회수율 '깜깜'

5일 환경부에 따르면 보증금제 시행 둘째주인 지난해 12월 5~11일 반환금액은 517만8000원에 그쳤지만 5주인 12월 26일부터 올해 1월 1일 사이에는 838만6200원으로 62% 늘었다. 보증금제가 시행된 지난달 2일부터 이달 3일까지 소비자가 되찾아간 보증금은 총 2939만7300원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이 300원이니 9만7991개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하루에 3000개꼴이다.

환경부는 "회수율이 높아지면서 이달 4일 기준으로 보면 소비자가 반납한 일회용컵이 10만개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카페 등에서 일회용컵에 음료를 받으면 보증금 300원을 음료값과 함께 결제하고,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지난달 2일부터 세종과 제주에서 시행 중이다.

다만 정확한 회수율은 여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는 회수율이 20~30% 수준인 것으로 추정만 하고 있다. 보증금제를 적용하는 일회용컵에는 환불문구 표시 라벨(바코드) 1장을 붙이는데, 환경부는 매장들이 미리 사둔 라벨 전체 판매량만 파악할 수 있다. 반면 실제 소비자에게 나간 일회용컵 전체 개수인 '모수'는 실시간 파악이 안 된다. 환경부는 2월 말에야 정확한 회수율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환경부 관계자는 "업체에서 소비자에게 판매한 일회용컵 자료를 전달받는 데 8주 정도가 걸려 정확한 실태 파악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제주도 내 일부 프랜차이즈 매장을 대상으로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실시된 지난달 2일 제주시 연동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 보증금제도를 보이콧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납처·적용 커피숍 확대…내주 입법예고

정부는 회수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매장 외 반납처 확대에 나선다. 환경부는 롯데마트·이마트·홈플러스 같은 대형마트와 쇼핑센터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장소, 제주 지역에선 렌트카 주차장 등 관광객이 몰리는 곳, 카페 밀집 지역 재활용도움센터·클린하우스 등에 반납처를 추가로 설치 중이다.

올해부터 자원순환보증금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보증금 컵을 돌려주는 소비자에게는 탄소중립포인트를 1건당 200원 제공한다.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탄소중립포인트 누리집에 별도 가입할 필요 없이 자원순환보증금 앱에서 포인트 지급을 위한 정보 제공에 동의만 하면 된다. 이렇게 쌓인 탄소중립포인트(현금)는 적립 다음 달에 보증금 반환 계좌로 입금해준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협업해 일회용컵 반납 때 해당 브랜드 할인쿠폰을 주거나, 지자체와 손잡고 지역 보증금제 매장 이용을 홍보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보증금제 도입을 거부하고 있는 업체 달래기에도 나선다. 제도 적용 대상인 세종·제주 지역 652개 매장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200여 곳이 시행을 거부하고 있다. 주로 저가 커피 브랜드들이 보증금제가 사실상 커피값을 올리는 효과가 있다며 반발 중이다. 전국 매장이 100개 미만이지만 세종이나 제주에 매장이 많은 브랜드가 대상에서 빠진 점을 두고 형평성 문제도 제기한다. 

환경부는 거부 매장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 방안을 만들고, 지자체와 협조해 동참을 안내·독려할 계획이다. 지원책은 매장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마련할 방침이다. 당분간 보증금제 미이행 매장을 단속하거나 과태료도 부과하지 않는다. 법적으론 보증금제를 지키지 않는 매장에는 최대 300만원 과태료를 물릴 수 있다. 

동시에 세종시·제주도가 자체 조례로 많은 매장을 보유한 지역 브랜드를 보증금제 적용 대상으로 포함할 수 있게 한다. 환경부는 "자치단체가 조례로 관할 지역 내 보증금제 적용 대상을 조정할 수 있게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이르면 다음 주 입법예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증금제 전국 확대는 3년 이내로 못박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국 확대는 제주·세종 지역 성과를 평가한 이후 확대할지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3년 이내 시점에서 하겠다"고 말했다.

현행 '1회용 컵 보증금대상사업자 지정 및 처리지원금 단가 고시' 부칙을 보면 세종·제주 외 지역은 고시 시행일(지난달 2일) 이후 3년이 넘지 않는 범위에서 환경부 장관이 정하는 날 보증금제를 시행한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지난 2일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에서 보증금제 성과를 네 계절 정도 지켜보고 전국 시행일을 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