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높이는 유럽 매파…자이언트 스텝 등장하나
2022-08-30 11:01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매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급등에 맞서 강력한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9일(이하 현지시간) 뉴욕 거래에서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는 장중 109.48까지 올라 2002년 9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지만, 이후 108선으로 다시 내려왔다. ECB가 다음달 8일 예정된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 올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지난 주에 열린 잭슨홀 미팅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수장인 제롬 파월이 물가상승과 맞서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 자리에서 ECB 관계자들도 인플레이션 통제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재차 강조했다. 이자벨 쇼나벨 ECB 위원은 중앙은행들이 신뢰를 잃을 위험에 처했으며,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본적으로 정상화의 길을 계속 가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로버트 홀츠만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총재를 비롯해 클라스 노트 네덜란드 총재도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9월에 0.75%포인트의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요아힘 나겔 독일 연방은행 총재는 금리 인상이 중단되어야 할 시점에 대해서는 "생각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강조하게도 했다.
31일 발표되는 유로존 소비자물가는 무려 9%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목표치의 4배가 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로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문제는 더욱 악화할 수 있다. 물론 경기침체 우려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유럽 경제를 위협하는 요소들 탓이 물가통제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ECB가 강력한 긴축에 돌입하지 않을 경우, 인플레이션 고착화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ECB가 물가 통제 능력에 대한 신뢰를 잃기 시작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 경제지표 발표가 다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큰 폭의 금리인상을 공식적으로 지지하는 이들은 없지만, 다음달 통화 회의에서는 주목할만한 수준의 금리인상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지나치게 빠른 기준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CB 필립 레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회의에서 "적당한 속도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속도가 지나치게 빠를 경우 환경변화에 맞춰 통화정책을 수정하기 힘들어 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