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길 막힌 전기차] '원팀' 꾸린 정부 대표단…美우선주의 제동걸고, 韓기업 보호할까

2022-08-29 16:30
WTO 제소, 한·미 FTA 규정 위반 소지 여부 검토 중
정부, 실익을 따져 신중 접근...차관보 "협의가 우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월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보장 확충 등을 골자로 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 맨친 상원의원, 척 슈머 상원의원, 제임스 클리번 하원의원, 프랭크 펄론 하원의원, 캐시 캐스터 하원의원. [사진=연합뉴스]

 
전기차 수출길이 꽉 막혔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로 당장 내년부터 미국에서 한국산 전기차는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대차그룹 등 국내 관련 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미국 핑계를 대며 '즉각 대응'이 어려웠다는 입장만 되풀이한다. 정대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지난 24일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국내 정치 일정을 고려해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전격 처리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미리 알았으면 대응이 가능했겠지만, 갑작스럽고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손쓸 겨를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취임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눈에 띄는 뚜렷한 성과가 없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표심을 우려해 갑작스럽게 해당 정책을 내놔 정부로선 즉각 대응이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해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는 전기차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는 전기차인 아이오닉, 아이오닉5, 코나EV, 기아 EV6 등은 모두 이 혜택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뒤늦게 합동대표단을 꾸리는 등 보완·대응 대책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 합동대표단은 IRA 시행에 대한 한국 정부와 업계의 우려를 전달하기 위해 29일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대표단은 안성일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 손웅기 기획재정부 통상현안대책반장, 이미연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장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이달 29~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 머물면서 무역대표부(USTR), 재무부, 상무부 등 미국 행정부 주요 기관과 의회를 방문해 전기차 보조금 제도에 대한 한국 측 입장을 전달하고, 보완 대책을 협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배터리 핵심 광물·부품 조달 비율에서 추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 측과 협상할 계획이다. 리튬, 코발트 등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의 일정 비율 이상이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수출·가공돼야 한다.

또한 대표단은 해당 법안 유예 기간을 최대한 늦추는 등 유연성을 발휘해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2025년까지 미국에 새로 지어지는 대규모 배터리 생산설비 공장 13곳 중 11곳이 한국 기업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법 적용이 2025년 이후로 미뤄지면 IRA가 되레 우리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거나 한·미 FTA 규정 위반 소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는 최후의 수단으로 놓고, 실익을 따져 신중히 접근한다는 입장이다. 정 차관보는 "둘 중에 어떤 것이 국익을 실현하는 데 더 나은지 살펴 보고 있다"면서도 "일단 협의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