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美 전기차 인센티브 확대···한달 469억원 IRA '추가비용'

2023-05-18 05:50
'제값받기 전략'서 IRA 대비 '최후의 카드'
5월 한달 리스 구매시 최대 7500달러 제공
판매 늘리기 위해 수익성 희생 '고육지책'
업계 "당분간 인센티브 확대 기조 지속"

현대자동차·기아가 이달부터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에 대한 대규모 판매장려금(인센티브)을 지급하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적극 대응하고 나섰다. 현대차는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의 출혈경쟁 속에서도 인센티브를 낮게 유지하면서 할인 없는 '제값받기 전략'을 유지해왔지만 IRA로 인한 최근 판매 축소가 본격화하자 '최후의 카드'를 빼든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인센티브 확대로 인해 현대차·기아는 5월 한 달 동안 3502만 달러(약 469억원)의 추가 비용 지불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17일 현대차·기아 미국 판매법인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이달 미국에서 전기차를 리스로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최대 7500달러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예컨대 현대차 아이오닉5를 리스로 구매할 경우 인센티브 7500달러의 혜택이 적용된다. 이에 계약금 3999달러를 납부하고, 36개월 동안 월 499달러의 리스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현금으로 아이오닉5를 구매하는 경우 캐시백 방식으로 1000달러의 할인 혜택이 제공되는데 이는 리스 혜택의 14.3%에 불과하다.

지난달 현대차·기아의 미국시장 인센티브인 1081달러와 819달러에 비해 대폭 상향 조정된 것이다.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전기차 모델은 아이오닉5·6·G80 전기차로 지난 4월 총 3307대, 기아는 니로 전기차와 EV6로 총 2065대가 팔렸다.

이달에도 이와 동일한 판매고를 올린다고 가정하면 현대차·기아는 한 달 만에 인센티브 비용으로 약 469억원의 수익성 악화를 감당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차 한대 당 종전보다 6000~7000달러의 추가 할인 혜택이 지급되는 탓에 판매 순수익이 크게 줄어드는 탓이다.

이 같은 인센티브 정책은 IRA 여파로 판매량이 줄어들자 현대차와 기아가 전기차에 한해서 판매 수익을 줄이는 고육지책을 활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리스 차량 판매 비중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리스 차량에 대해 인센티브를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IRA에 따른 보조금 제외 적용을 받지 않는 리스 등 상업용 판매비중을 기존 한 자릿수에서 30% 이상으로 크게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동차 업계는 미국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현대차·기아가 앞으로도 인센티브를 늘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로써 2분기부터 현대차·기아의 수익성이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 

그동안 현대차·기아는 미국시장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수익성 높은 차종 중심으로 라인업을 확대하고, 인센티브를 낮게 유지하는 전략을 활용해 수익성을 극대화했다. 실제 경쟁업체인 GM(2026달러), 포드(1496달러), 스텔란티스(2818달러)와 비교해도 훨씬 낮은 수준의 인센티브를 종전까지 유지해왔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통상 자동차가 잘 팔리지 않을 때 인센티브가 늘어나고, 잘 팔릴 때에는 인센티브 지급이 줄어든다"며 "IRA로 인해 상대적으로 현대차 가격이 비싸졌기 때문에 인센티브 확대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