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미완의 한·중 수교 30주년…'샌드위치' 신세 된 기업 고충 어쩌나

2022-08-28 08:30

“한·중 수교가 30년 동안 양국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도 양국에 주어지는 여러 대외 요인들을 상호 잘 협력해 나가야 한다. 이런 모든 이슈에 앞서 전제돼야 할 것은 양국 간 우호적인 감정의 회복이다. 하지만 최근 양국 간 감정이 이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지난 24일 한국과 중국의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 비즈니스 포럼’에서 나온 말이다. 1992년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은 이래 3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였지만, 최근 들어 양국은 경제는 차치하고 관계마저 비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수교 30주년을 맞았다고는 하지만 말뿐이라는 것이다. 양국의 연간 무역 규모는 수교 당시 50억 달러에서 지난해 기준 3600억 달러로 약 70배 커졌다. 경제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하며 한국은 중국의 3대 교역 대상국,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 대상국으로 자리 잡았다. 30년간 이어져 온 수교의 성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픽=아주경제DB]

그러나 30주년을 맞은 지금 오히려 양국 관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국제적 압박이 심화하는 가운데 한국이 미국에 기운 듯한 입장을 계속 내비치고 있어서다. 자칫 한국의 최대 교역국을 잃게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 경우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기업들이라는 데 있다. 특히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피해는 불가피하게 된다. 현지에서 사업을 전개하면서 중국 정부의 불공정한 제재가 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 기업들은 중국 사업뿐 아니라 전체 경영 활동마저 흔들리게 된다.
 
지금의 상황은 약 6년 전인 2016년 발생했던 사드 사태와 비교되기도 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미국 주도의 ‘칩4 동맹’ 참여 여부가 대표적이다. 미국 정부는 이달까지 칩4 동맹에 함께할지에 대해 답변을 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칩4 동맹에 참여할 경우 과거 상황이 재현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드 사태 당시 국내 유통, 뷰티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사업을 철수했던 것처럼 현지 사업에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의미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전체 반도체 수출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약 40%에 달했다.
 
또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낸드플래시, SK하이닉스는 중국 장쑤성 우시에서 D램, 랴오닝성 다롄에서 낸드플래시 등을 생산하고 있다. 그만큼 중국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생산 요충지이자 중요한 수출처인 셈이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우려를 표하면서도 “기업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대응책은 없다”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과 중국 정부가 직접 반도체 패권을 내세우며 경쟁에 나섰을 뿐만 아니라 미·중 기업 모두 공급망에 있어 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기업이 직접 나서기는 힘들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하며 외교전에 나서야 한다고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좁은 시각에서는 기업의 입장일 뿐이라고 볼 수 있지만, 결국 이는 한국의 경제 성장과도 직결돼 있는 문제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한·중 수교 30주년을 기념한다는 말뿐만이 아닌 양국의 관계 속 국내 기업을 위한 외교 관계 다지기에도 힘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