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삼창' 외친 이재용, 복권 후 첫 행선지로 '기흥 R&D단지' 낙점한 이유

2022-08-19 10:00

“아무리 생각해 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6월 유럽 출장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기술’의 중요성을 세 차례나 강조했다.

19일 이 부회장이 광복절 특별사면 복권 후 첫 현장 경영 행선지로, 경기 기흥반도체사업장(이하 기흥캠퍼스)에 짓는 연구개발(R&D)단지 착공식을 찾는 것이 놀랍지 않은 이유다.

삼성전자가 국내에 새로운 R&D센터를 만드는 것은 2014년 경기 화성 사업장 디바이스솔루션리서치(DSR) 설립 이후 8년 만이다. 이곳을 찾는 이 부회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강조해온 기술 중시 의지를 분명히 함과 동시에 삼성 반도체의 ‘초격차 기술력’에 대한 대대적 연구개발 투자 계획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법원에 출석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이날 착공식에는 반도체사업을 총괄 책임지는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을 비롯한 사장단과 사업부장들도 대거 참석한다. 이 부회장은 복권 후 이틀간 삼성 서초사옥으로 출근하며 경영 현안을 챙겼는데, 이날 착공식 현장에 사장단을 이끌고 찾아 총수 위상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실질적인 연구개발 성과를 주문하는 자리로 삼을 전망이다.

특히 삼성 반도체 기흥캠퍼스는 삼성전자가 반도체사업을 시작한 ‘발원지’란 점에서 이 부회장에게 남다른 장소다.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1980년대에 기흥에서 반도체사업을 처음 시작했고, 이후 화성캠퍼스를 거쳐 현재 확장 건설 중인 평택캠퍼스까지 삼성의 ‘반도체 삼각편대’가 완성됐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반도체 역사를 시작한 장소에서 ‘초심’을 다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화성캠퍼스 내 DSR·반도체연구소(SRD) 등을 중심으로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연구했는데, 기존 R&D 시설만으로는 엔지니어와 사무공간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계속 제기됐다. 이에 기흥캠퍼스 내 R&D센터가 신설되면 신기술 개발 여건이 쾌적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새 R&D센터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메모리반도체 관련 첨단 기술 개발이 집중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올 상반기 양산에 돌입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반 3㎚(나노미터·10억분의 1m) 반도체 공정을 비롯해 12나노미터 D램 등 최첨단 기술 연구에도 가속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현재 대만 TSMC와 시스템반도체 부문에서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고, 미·중 패권 경쟁과 공급망 위기,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 등 악재가 겹친 상태다. 앞서 지난 6월 삼성전자 계열사 사장단 25명은 이 부회장의 유럽 출장 귀국 시점에 맞춰 비상 경영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 부회장의 기흥캠퍼스 R&D센터 착공식 방문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의 위기 극복 의지를 다지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이날 행보는 내부적으로는 임직원들에게 반도체가 삼성전자의 가장 중요한 사업 부문임을 각인시키는 자리인 동시에 이 부회장의 반도체 위기 돌파 의지를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복권이 됐지만 여전히 완전히 풀리지 않은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있다. 현재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과 관련한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매주 목요일마다 3주에 한 번은 금요일에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 18일에도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관련 재판에 출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