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의원·당원 엇갈린 표심...국회의장 자리 두고 '경쟁 과열'

2024-04-28 16:11
민주 강성 당원, '추미애 의장 추대' 요구
'민주당편' 국회의장 예고...중립성 훼손 우려

22대 국회에서 6선이 되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왼쪽)과 조정식 전 사무총장(오른쪽). [사진=연합뉴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의원과 당원 간 표심이 엇갈리는 양상이다. 의원들은 6선 조정식 의원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분위기지만, 당원들은 6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추대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28일 민주당 당원 커뮤니티 '블루웨이브'에는 '추미애 이외에 국회의장이 될 자격이 있는 사람 없습니다'와 같이 추 전 장관을 지지하는 글들이 연달아 올라와 있다. 국회의장 출마를 선언한 6선 조정식, 5선 정성호 의원 등의 후보들을 향해 '조정식, 정성호 의원님 선당후사 하셔서 국회의장 후보 사퇴해주세요'라며 후보직 사퇴를 종용하는 글도 있다. 지난 21일부터 진행된 '추미애 전 장관 국회의장 추대 서명운동'은 지난 27일 1만6700명으로 마감됐다. 

당원들이 추 전 장관을 국회의장 후보로 미는 이유는 추 전 장관이 가진 '반(反)윤석열' 이미지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법무부 장관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과 강하게 대치했던 추 전 장관이 22대 국회의장으로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2016년 당 대표로 선출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이끌어낸 경험도 '검찰 독재 심판'이라는 총선 민의를 실현하는 데 최적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당원들의 움직임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조 의원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과 차이가 있다.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추 전 장관이 국회의장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중진 의원 관계자는 "추 전 장관은 지지자들에게 반윤석열 이미지로 지지를 받지, 의원들 사이에선 마냥 그렇지는 않다"고 했다.

최근 국회의장 경선 방식을 '최다 득표'에서 '결선투표' 방식으로 바꾼 것도 조 의원 당선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추 전 장관이 경선에서 1위를 하더라도 결선투표에서 의장 후보군인 친명 의원들이 조 의원과 단일화할 경우 결선투표에서 결과를 뒤집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당심'과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에 부합한 국회의장임을 호소할수록 국회의장 본연의 역할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회법 제20조 2항에 따르면 의장은 당선된 다음 날부터 직에 있는 동안 당적을 보유할 수 없다. 국회를 중립적인 입장에서 운영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국회의장 후보자들은 당심과 명심이 가리키는 후보는 본인이라며 너도나도 '민주당편' 국회의장을 예고하고 있다.

추 전 장관은 출마 선언에서 "국회의장은 기계적 중립이 아니라 초당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며 ”지난 국회를 보면 서로 절충점을 찾으라는 이유로 각종 개혁입법이 좌초되거나 의장의 손에 의해서 알맹이가 빠져버리는 등 안 좋은 일이 있었다"고 했다. 

조 의원 역시 "총선 민심에서 드러난 내용들을 정확하게 관찰하고 그걸 성과로 만드는 게 의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고, 정 의원은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는 민주주의 원리인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명심, 당심 경쟁이 격화하자 국회의장 출마를 선언한 5선 우원식 의원은 이날 "명심, 당심은 사심일 뿐"이라며 민심의 물꼬를 어떻게 터나갈지보다, '명심은 나에게 있다', '당심은 나를 원한다'는 식의 제 논에 물대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협치나 갈등을 조정하는 게 정치의 역할인데, 이 경우 의장이 오히려 갈등의 중심에 서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국회의장이 중립을 지키지 않을 경우 중도층의 마음을 잃을 수 있고, 보수결집이 강해져 양극화가 강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