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원톱' 권성동 '동분서주'...적극 움직이는 이유

2022-07-13 17:31
권성동, 尹 회동 후 직무대행 체제 시작
"경찰 수사 결과가 지도체제 결정할 것"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안철수 의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위기를 넘어 미래로, 민·당·정 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당권과 원내사령탑을 동시에 거머쥐면서 명실상부 '원톱'에 올랐다.

권 대행은 당 지도부를 직무대행 체제로 결정하기 전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는 등 정치권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권 대행 체제에 '윤심(尹心)'이 실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尹만난 권성동...당내 혼란 수습

13일 여권에 따르면 권 대행은 지난 10일 윤 대통령을 만나 이준석 대표의 '당원권 6개월 정지'에 따른 당내 혼란상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권 대행은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에게 당헌·당규상 직무대행 체제로 당이 운영되는 게 옳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다음 날인 11일 초선·재선·중진 등 선수별 의원 모임과 의원총회를 열고 직무대행 체제를 추인했다. 의원 대다수가 이 대표 징계는 '궐위'가 아닌 '사고'라는데 동의하며 공식적인 결론을 내린 것이다.
 
당초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포스트 이준석 체제'에 대한 각종 시나리오가 난무했지만 권 대행을 중심으로 '속전속결'로 정리가 됐다.
 
권 대행은 이 대표 징계 후폭풍을 수습하자마자 당내 행사에 두루 참석하면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차기 당권주자로 알려진 안철수 의원의 '민·당·정 토론회'와 이 대표가 만든 혁신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당내 계파에 치우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권 대행은 지난 12일 열린 안 의원 주최 토론회에서 "안 대표는 여러 차례 대선 후보를 겪으면서 국정 전반에 대해 철학과 비전을 갖고 있다"며 "우리 당의 공부 모임이 좀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성일종 정책위의장과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조수진·배현진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국회부의장인 정진석 의원, 전임 원내대표인 김기현 의원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권 대행은 같은 날 열린 혁신위 4차 전체회의에도 참석해 "혁신위는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친 공식기구로 당내 상황에 위축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진짜 민생정당, 수권정당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으려면 혁신하고 또 혁신해야 한다"며 "혁신위가 선당후사의 자세와 각오로 당의 혁신을 위한 좋은 의견을 제출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권 대행의 이 같은 발언은 직무대행 체제에서도 혁신위의 정상 가동을 위해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당초 혁신위는 이 대표가 징계 처분을 받으며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권 대행은 혁신위원장을 맡은 최재형 의원에게 "공명정대하게 어느 특정 정치 세력이나 특정인에 편중되지 않고 올바른 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당 내 행사 외에도 최근 괴한의 총격으로 사망한 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국내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는 등 집권여당 원톱으로서 폭넓은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오른쪽)와 최재형 혁신위원장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수사가 변수...권 "지도체제 결정 기준 될 것"
 
다만 권 대행의 체제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이 대표의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차기 지도 체제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혐의가 풀릴 경우 6개월 뒤 당 대표 복귀 가능성은 높게 점쳐진다. 반면 경찰 수사에서 유의미한 혐의가 드러나 검찰에 송치되면 이 대표가 곧바로 궐위 상태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권 대행도 지난 11일 채널A에 출연해 '이 대표가 경찰 조사를 통해서 기소라도 된다면 궐위 상태로 조기 전당대회나 비상대책위원회로 갈 수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 대표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가 앞으로 지도 체제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의 자진 사퇴론에 대해서는 "각 의원이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좋겠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이 대표로부터) 특별한 연락은 받은 게 없고 아마 이 대표도 본인의 진로와 당의 명운을 위해서, 당의 앞날을 위해서 심사숙고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경원 전 의원도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수사 결과에 따라서 깔끔하게 정리가 된다면 이 대표는 더 탄탄해지겠지만 기존 발언과 다른 사안이 밝혀지면 비난 가중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수사 결과가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나 전 의원은 또 "이 대표가 사퇴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는데 당에서 조기 전당대회를 하냐 마냐 하면 또 다른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 대표는 '잠행'을 끝내고 페이스북을 통해 '메시지 정치'를 펼치고 있다. 그는 권 대행 체제가 확정된 지 2시간 만에 당원 가입 독려 글을 올리기도 했다. 13일에는 광주 무등산에 등반한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시하며 "원래 7월에는 광주에 했던 약속들을 풀어내려고 차근차근 준비 중이었는데 광주시민들께 죄송하다. 조금 늦어질 뿐 잊지 않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이 같은 글을 두고 '서진정책'을 상기시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당 윤리위원회가 중징계를 내린 8일에도 온라인 입당을 독려하는 페이스북 게시글을 올린 바 있다. 또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포카혼타스' 주제곡인 '바람의 빛깔'을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정치권에서는 사퇴할 의사가 없는 이 대표가 당원 모집을 통해 재기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당원 가입을 독려하면서 민심에 직접 호소하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대표는 징계 의결에 대해 윤리위에 재심을 청구하거나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다.
 
한편 국민의힘은 지난 12일 이 대표가 사용해오던 월 2000만원 수준 한도의 법인카드 사용을 정지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 대표를 보좌해 온 당 대표실 직원들이 월평균 200만∼300만원 한도로 써온 법인카드도 정지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실제 당 내부 여론은 이 대표가 경찰 수사에서 혐의를 벗지 못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며 "권 대행 체제도 결국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