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가능성 시사한 삼성전자 노조..."상급단체 이동은 조합원 뜻대로"

2024-05-24 17:08
조합원 2000여명 참석한 가운데 문화활동 쟁의행위
"한국노총→민주노총 이동은 조합원 뜻 따를 것"
"28일 사측이 책임 있는 안건 가져와야" 주장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24일 삼성그룹 서초사옥에서 올해 들어 두 번째 쟁의행위를 진행했다. [사진=강일용 기자]

삼성전자 다섯 노동조합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삼성그룹 서초사옥에서 쟁의행위를 진행한 데 이어 오는 28일 사측과 임단협이 성과 없이 결렬될 경우 파업 결정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사측을 압박했다. 현재 한국노총 소속인 상황에서 상급단체를 민주노총으로 옮기려면 조합원 투표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입장도 표명했다.

전삼노는 24일 오후 삼성그룹 서초사옥(삼성타운)에서 올해 임단협 협상 결렬에 따른 두 번째 쟁의행위를 진행했다. 

이날 전삼노는 임단협 교섭결렬의 책임이 사측에 있는 만큼 오는 28일 임단협 자리에는 사측이 책임 있는 안건을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삼노는 지난 21일 사측과 실무교섭을 진행한 데 이어 28일에는 쟁의행위 돌입 후 첫 임단협 교섭을 진행할 방침이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28일 교섭이 결렬되면 29일 관련해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겠다"며 "어떤 발표를 할지는 그날 자세히 말하겠다"고 했다. 문화행사 등 피케팅보다 한층 강도가 높은 쟁의행위인 파업·태업 여부를 발표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날 집회는 2000여명(노조 측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문화행사 형태로 진행했다. 지난달 17일 삼성전자 경기도 화성사업장 부품연구동(DSR)에서 첫 문화행사를 진행한 이래 두 번째 쟁의행위다.

노조는 사측에 △노조협의회 대신 노조와 임금 협상 △영업이익 기준 성과급(OPI) 지급 △휴가제도 개선 등을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선 뉴진스님(개그맨 윤성호)과 가수 에일리, YB(윤도현밴드) 등의 공연도 함께 진행했다.

공연이 끝난 후 전삼노는 별도의 기자간담회를 진행해 노조 측 입장을 밝혔다.

간담회에서 손 위원장은 "현재 전삼노는 상급단체와 관련해 한국노총에 가입된 상황에서 다른 삼성전자 노조와 연대하고 있다"며 "상급단체를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으로 옮기는 것은 조합원 의견을 우선 수렴한 후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전삼노는 이날 집회 신고를 관할인 서울 서초경찰서에 제출하면서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 200명을 '질서유지인'으로 기재해 신고했다. 이에 재계에선 2만8000여명의 조합원을 보유한 전삼노가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으로 소속을 옮기면 사측에 대한 투쟁 강도가 한층 높아질 것을 우려한다.

민주노총과 연대하는 것을 두고 두 번째로 큰 노조인 '삼성그룹 열린노동조합'과 이견이 발생한 것에 관해서는 "앞으로 타 삼성전자 노조와 관계는 더는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열린노동조합은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 노조 △삼성화재 리본노조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가 뭉쳐서 결성한 노조로, 상급단체에 따로 가입하지 않고 삼성그룹 내에서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

이날 이현국 전삼노 부위원장은 "일각에서 전삼노가 임금인상률 6.5%와 위로금으로 기본급의 200%를 요구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임금인상률 5.1% 등 사측 조건을 모두 수용하고 유급휴가 조건 개선만 놓고 조율 중이었는데 서초사옥에 있는 사업지원TF에서 이를 거부함에 따라 이를 항의하는 뜻에서 이곳에서 쟁의행위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전삼노는 전영현 부회장이 신임 DS부문장으로 온 것을 두고 "과거 삼성SDI 대표로 재직하면서 노조 탄압을 지시한 의혹이 있는 인사"라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지난 4월 17일 노조와 사측 충돌이 있었던 것에 관해 즉시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