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스페셜 칼럼] 美연준의 '입'이 아니라 바이든 '지지율'을 보라
2022-07-13 06:00
미국은 기축통화국이라는 발권력을 동원해 전세계 달러보유 국가들의 자산을 가만 앉아서 털어가는 “양털 깎기(fleecing of the flock)”를 이번 코로나 위기에도 예외 없이 사용했다. 유동성을 잔뜩 풀어 전세계에 경제적 거품을 조장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투기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런 다음 통화량을 갑자기 줄여 외환부족과 외부차입이 많은 나라의 경제 불황과 자산 가치의 폭락을 유도하고 우량 자산의 가격이 폭락하기를 기다렸다가 말도 안 되는 싼 가격에 사들인다.
미국은 전세계 주요국 중에서 가장 늦게 그리고 가장 크게 확산한 코로나 바이러스를 치료약과 백신으로 잡은 게 아니라 달러 프린터로 잡겠다고 최근 100년 중에 최대의 통화를 풀었고 연준은 자산을 왕창 늘렸다. 덕분에 코로나는 확산하든 말든 주가, 부동산, 가상화폐 등의 자산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돈 풀고 나면 당연히 인플레 압력이 있을 텐데 법보다 주먹이 앞선 미국은 코로나 방역 실패를 돈을 퍼부어 쓸어 묻었다. 과도한 돈풀기는 항상 후유증이 뒤따라온다. 2%대 성장도 힘겨운 나라 미국에 8%대 물가상승이 나오자 인플레 파이터를 자처하는 미 연준은 그간 항상 실패했던, “전가의 보도”, 금리인상을 들고 나왔다
80년대 이후 기축통화국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예외 없이 외환이 취약하고 부채가 많은 나라들이 연쇄적으로 부도를 맞는 “불의 고리(Ring of Fire)”가 생기고 이 고리에 들어간 나라들이 부도나면 이어 주변국까지 연쇄부도를 맞는 “데킬라 현상 (Tequila Effect)”이 같이 나왔다.
역사적으로 달러의 나라 미국의 금리인상 역사는 신흥국 부도의 흑역사와 일치한다. 연준의 금리인상은 달러가치 상승을 만드는 슈퍼달러를 만들고 이는 모든 나라의 통화가치를 하락 시킨다. 제로금리에 집 나갔던 달러가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달러강세가 되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면, 달러 빚이 많은 신흥국은 줄줄이 국가부도 사태를 맞는 것의 반복이다. 스리랑카가 이미 국가부도 사태를 맞았고 이 때문에 정권마저도 바뀌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미국의 적은 미국이다. 미 연준이 FOMC회의를 통해 8%대의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를 4%대까지 올려야 된다고 점도표를 찍자 전세계가 혼비백산했고 특히 100년 만의 돈 홍수에 취해 금융과 가상화폐에 투자했던 개미들은 가격 폭락의 멘붕에 빠졌다.
항상 경기 하강기에 주가와 자산가격의 폭락이 오면 어김없이 “어둠의 자식들(Son of Dooms)”, “불황의 예언자”들이 폭락한 시장에서 뒷북을 치며 공포와 불안을 조장하며 나타난다. 미국에서도 10년에 한번씩 맞는 고장 난 시계 같은 마크파버, 루비니 같은 어둠의 예언자가 다시 등장하고 한국에서도 대불황, 자산가격 폭락을 얘기하는 “불황의 예언자”들이 줄줄이 나타나 언론과 SNS를 도배한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경기하강, 주가하락기면 어김없이 등장했던 이들의 예측의 신뢰성을 검증해 보면 맞은 경우가 없다. 지나고 보면 이들이 난리 칠 때가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은 경기든 주가든 저점 통과 중이었고, 이들의 예측과는 달리 금융의 종말은 온 적이 없었다.
금리와 물가급등도 미국이 만든 것이고 이를 잡는 것도 미국이다. 2021년 미국 정부예산 중 이자비용을 보면 전체 예산의 5%대인 3523억 달러다. 0-1%대 금리에 이 정도인데 정말 연준이 4%대로 금리를 올리면 이자비용은 장기적으로 3~4배로 늘어나야 한다. 현실적으로 국방예산 7416억 달러보다 더 많은 이자비용을 미국 스스로가 견딜 수 없다.
지금 전세계적인 인플레는 수요가 늘어서 발생하는 수요견인형 인플레가 아니라 우크라전쟁과 중국의 코로나와 중국봉쇄에 따른 원자재와 상품공급차질에 따른 코스트푸시형 인플레다. 결국 우크라전쟁과 중국봉쇄 등의 문제해결의 키는 미국이 쥐고 있다. 미국의 결자해지가 답이다.
향후 6개월간 세계경제, “악마의 계곡” 건너야
우크라전쟁은 그 이면을 보면 미국과 러시아의 전쟁이다. 미국이 돈과 무기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의 실력으로 러시아를 대항하기 어렵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하면 러시아도 승산 없는 전쟁을 지속할 이유가 별로 없다.
푸틴은 정치외교적 실리와 경제적 실리는 이미 얻었다. 전세계에 잊혀졌던 푸틴의 존재를 재부각 시켰고 가스관과 송유관을 열었다 잠갔다 하면서 유럽을 확실한 에너지 볼모로 잡았다. 전쟁 발발과 함께 폭락했던 러시아의 주가, 금리, 환율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돈이 말해주는 것은 푸틴이 우크라전쟁에서 크게 잃은 것이 없다는 얘기다. 미국의 쿼드동맹의 한 축인 인도와, 유럽의 최강국 독일과 아시아의 최강국 중국이 미국의 러시아 봉쇄요구를 싹 무시하고 러시아산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싼값에 구매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위세가 대단하기는 하지만 인도양, 대서양, 태평양의 강대국 인도, 독일, 중국에게는 먹히지 않는 상황이 이미 와 버린 것이다.
4년마다 표심에 목숨 걸어야 하는 미국 대통령의 숙명에 우크라전쟁과 물가, 금리가 달려 있다. 러시아 역시 전쟁을 장기로 끌고 가기에는 힘이 부친다. 우크라전쟁은 미국이 중재 나서고 우크라에 지원을 중단하면 종전이든 정전이든 가능하다.
이미 중국의 도시봉쇄는 풀렸고 우크라전쟁이 종전되면 유가, 천연가스, 비철금속, 곡물가격 하락은 바로 물가하락으로 이어진다. 물가가 8%대에서 4%, 2%대로 내려온다면 미국 금리 역시 4%대까지 인상할 이유가 없고 연준이 가이드로 삼는 2%대에서 안정화될 수 있다.
정치인은 국가의 경제적 이익보다 자신의 정치적 이익이 우선이다.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의 지지율이 40%대를 하회하고 있고 이는 최근 12명의 미국대통령 지지율 중 최악이다. 그래서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참패는 안 봐도 비디오다.
전쟁이 있으면 어느 나라든 애국심이 발동하고 여당에 호의적이다. 지지율 하락에 직면한 바이든, 지금 여기서 물가 올랐다고 우크라전쟁 접으면 진짜 망한다. 금리인상의 키는 6월 FOMC 의사록에 인플레를 90회나 언급한 겁먹은 연준의 위원이 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이든이 쥐고 있다.
11월 중간선거까지는 물가 잡는 것은 FED에게 떠 넘기고 우크라전쟁과 중국 봉쇄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우크라전쟁과 중국봉쇄는 바이든의 중간선거에는 약일지 몰라도 물가에는 독이다. 적어도 11월 미국 중간선거까지 경기와 주가는 더 나빠지고 투자가는 더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할 전망이다. 향후 6개월간 악마의 계곡을 넘어서 어떻게 버틸지를 투자가든 기업가든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푸단대 경영학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