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철 회장, US스틸 인수불허 강력 반발..."바이든 정치개입, 수용 못해"

2025-01-07 13:51
하시모토 회장 "재판 승소할 가능성 있어...포기 안할 것"
NHK "민간기업이 美대통령·정부 상대 전면전, 이례적"

7일 기자회견 중인 하시모토 에이지 일본제철 회장[사진=AFP·연합뉴스]


일본제철의 하시모토 에이지 회장은 7일 도쿄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철강기업 US스틸 인수를 불허한 데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하시모토 회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처음부터 결론을 내놓고 정치 개입을 했다”며 “심사가 적절하지 않았으므로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공영 NHK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일본제철과 US스틸은 6일, 부당한 정치적 개입이 있었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인수 불허 명령과 미국 정부 심사의 무효를 요구하는 불복 소송을 냈다. 이와 함께 미국 철강기업 클리블랜드 클리프스와 미국철강노동조합(USW)의 데이비드 맥콜 위원장 등이 인수 저지를 위해 조직적으로 위법 활동을 했다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위법 활동 중지와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별도 소송도 냈다.

하시모토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소송 이유를 설명하면서 국가 안보의 관점에서 심사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수만 있으면 재판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승률 및 소송 일정을 묻는 질문에는 “지금은 말씀드릴 시기가 아니다”라고만 답했다.

그는 안보 우려를 심사하는 대미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에 대해 “올바른 절차가 이루어졌다면 다른 결론이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저지하려는 경쟁자인 클리블랜드 클리프스가 USW의 데이비드 맥콜 회장과 연계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면서 “이럴 수가 있나. 바이든 대통령이 이에 응해 정치적으로 개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시모토 회장은 또 US스틸 인수를 대체할 방법이 머릿속에 없다면서 “본건은 당사 경영 전략상 매우 중요한 문제일 뿐 아니라 일본과 미국 정부에도 매우 유익하다고 지금도 확신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이어 “미국에서의 사업 수행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포기할 이유도 없다”고 강력한 목소리를 냈다.

일본제철은 2023년 12월 총 149억 달러(약 21조7000억원)를 투자해 US스틸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85만명의 조합원이 소속된 USW가 일관되게 반발했고, 조직표를 노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모두 인수 계획에 반대해 정치 문제로 비화했다. CFIUS는 안보상의 우려 여부를 심사해 왔으나 최종 판단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맡겨져 결국 1월 3일(현지시간) 중단 명령이 내려졌다.

NHK는 “일본 민간기업이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정부를 상대로 전면적으로 싸우겠다는 자세를 보이는 이례적인 사태가 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일본제철은 올해 6월까지 인수를 완료하지 않으면 US스틸에 5억6500만 달러(약 8150억원)의 위약금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어 당분간 인수를 위해 총력전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6일에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의 SNS에 “관세(인상)이 (US스틸을) 더 수익성 높고 가치있는 회사로 만들어줄 텐데, 왜 지금 팔려고 하느냐”며 반대의 뜻을 재차 밝히면서 상황은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