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 "은행권, 올해도 충당금 추가 적립 필요…정부 전향적 입장 동반돼야"

2022-02-13 08:00
'코로나 지속 상황에서 국내 은행의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한 정책방향' 보고서 발표

서울의 한 은행 창구 모습(자료사진)[사진=연합뉴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장기화되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국내 은행권의 대손충당금적립률 추가 적립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선제적 리스크 대응을 위한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 은행별 스트레스테스트를 통한 손실추정은 물론, 추가 적립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 입장과 탄력적 운용 등 지원이 병행돼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3일 이순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코로나19 감염병 지속 상황에서 국내 은행의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한 정책방향’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감염병이 조기에 종식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신규대출이 크게 늘어난 만큼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할 필요성이 크나 연체율이 양호한 상황에서 신용평가를 하향조정하기 어렵고 회계기준 상 한계 등 여러 제약요인이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코로나가 본격화된 2020년 3월말 110.6%에서 지난해 9월말 156.7%로 상승했다. 반면 총여신 대비 대손충당금잔액 비율은 2019년말~2020년말 0.85% 수준에서 지난해에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위원은 "대손충당금 적립율이 감염병 발생 초기에 소폭 상승하거나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0년 말까지는 대출 증가율과 유사하거나 이보다 조금 높은 비율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작년 초부터 대손충당금 적립은 대출증가율에 못 미치는 속도로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국내 은행권의 충당금 적립률이 높은 배경으로는 코로나 장기화 속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유예가 이어지면서 대출 연체율 등 자산건전성 지표가 개선돼 부실채권이 크게 줄어든 것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실제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2020년 3월 15조9000억원 수준에서 같은해 12월 13조9000억원, 2021년 9월 말 11조9000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반면 국내 은행 총여신은 2020년 3월 2046조원에서 2021년 9월 2333조원대로 큰 폭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중소기업 대출에 대해 2020년 4월부터 금융권이 만기연장, 원리금 상환 유예 등의 지원을 하고 있다”며 “이는 부실의 현재화를 연기해줌으로써 자산건전성이 양호한 상태를 유지토록 해줄 가능성이 있어 은행권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현재의 감염병 확산이 조속한 시일 내에 종식되지 못할 경우 소상공인 등의 영업환경 역시 크게 개선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시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실화된 부실채권을 기준으로 산출된 대손충당금적립률은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에 대한 불충분한 지표이자 오히려 오인을 유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이 연구위원은 "만기연장과 사환유예 조치를 지원한 대출 뿐 아니라 코로나 피해업체에 지원한 신규 대출 등 전체 대출에 대한 부실화 여부를 점검해보고 발생 가능한 최대 규모의 부실에 대해 은행권이 충분히 대비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은행권의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에 대한 정부와 관계당국의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대손충당금 적립은 IFRS9(국제회계기준)에서 은행이 재량을 발휘할 여지가 있으나 실제 운용에서는 은행과 외부 회계감사기관의 소극적인 태도 등 여러가지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러한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리더십을 발휘하고 은행이 적극적인 수용자세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 마련을 위해서는 각 은행이 예상손실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감독당국이 적극적으로 개선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코로나 이전에 사용하던 예상손실 추정방식의 경우 현 시점에서 유효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새로운 상황에 걸맞는 업데이트도 병행돼야 한다는 것. 또한 초유의 사태임을 감안해 스트레스테스트 주기를 앞당기고 당국은 이에 기반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감독당국이 예상손실 추정 방법론의 업데이트와 스트레스테스트에 따른 충당금 적립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밝히는 것이 과도한 충당금 적립 논란을 해소할 수 있고 은행 역시 외부 회계감사기관에 대해 추가 적립에 대한 설명 근거를 제시할 수 있게 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은행의 위기 대응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특별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 적립 등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위기 등 특수한 상황에서 필요한 경우 특별대손충당금을 적립할 수 있는 근거를 명시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또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을 최소 기준으로 제시되고 있는 감독규정상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경기 상황에 따른 탄력적 운영의 필요성도 제시했다. 은행감독규정의 적립비율을 경기변동의 저점과 고점에 대비해 설정된 밴드로 설정, 경기상황에 따라 최소 적립기준을 제시하면 대손충당금 적립에 대한 은행의 자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넛지(팔꿈치를 툭 치는 것 같은 부드러운 개입)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손준비금 추가 적립에 대한 정책적 유도방안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부실이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회계기준에 의한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 대손준비금으로 손실 흡수 능력을 확충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은행의 대손충당금 추가적립에 대해 세무상 손비인정이 차질없이 이뤄지도록 세무당국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함께 내놨다. 이 연구위원은 “대손충당금 추가적립이 향후 잠재부실이 대규모로 현실화하는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경기하락의 진폭과 기간을 축소하는 데 필요한 은행의 손실대비 능력 제고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감염병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손비인정이 원활히 이뤄지고 세무당국의 이해가 높아질 경우 은행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손충당금 적립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