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반값 혜택에도 더딘 4세대 실손 전환, 문제는 신뢰다

2022-02-12 06:00

[금융부 김형석 기자]

보험사들이 앞다퉈 기존 1~3세대 실손의료보험을 보유한 가입자에게 4세대 전환을 독려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험업계는 금융당국과 협의해 오는 6월까지 4세대 실손으로 전환하는 고객에게 1년간 보험료를 50% 할인해주는 혜택을 연일 고객에게 공지하고 있다.

4세대 실손 전환을 전담하는 부서를 만든 보험사들도 있다. DB손해보험은 지난 1월 말 4세대 실손 전환 지원센터를 만들었다. 콜센터 형태의 조직으로 여기엔 10명의 상담원을 투입했다. DB손해보험은 4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하는 기존 고객과 4세대 실손보험 신규 가입자가 늘어날 경우 상담원 추가 배치를 검토하는 중이다. 

지난해 말 실손보험에 대한 손해율 관리를 전담하는 장기실손관리파트를 신설한 현대해상도 리스크관리팀에서 4세대 실손 전환 현황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현대해상은 여기에 과거 판매한 실손보험을 4세대로 전환한 설계사들에게 판매 시책을 지난달 대비 100%가량 인상하기도 했다. 실손보험의 단독 전환 건에 대해서는 체결 보험료의 550%를 설계사 판매 시상으로 제공한다. 장기인보험과 연계해 전환한 경우 실손보험료의 750%를 시상으로 지급한다.

보험사들의 이 같은 노력에도 4세대 실손으로 갈아타려는 고객들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4개 대형 손해보험사의 4세대 실손보험 전환 건수는 지난달 말까지 1만6000건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3세대 실손보험의 월평균 전환 건수(7만1879건)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4세대 실손 신규 가입도 저조하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4개 손보사의 4세대 실손 가입 건수는 41만6213건이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3세대 실손 가입 건수(128만5951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4세대 실손 가입과 전환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한 것은 보험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4세대 실손이 보험사에는 유리하고, 소비자들에게는 불리해 보험사들이 집중적으로 4세대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불신은 설계사들도 마찬가지다. 한 보험설계사는 "보험사가 4세대 실손 전환 시 시책을 강화하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고객들에게 전환을 유도하지 않고 있다"며 "당국의 압박도 있겠지만 보험사들이 적극적으로 4세대 실손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 고객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토로했다.

보험사들은 실손보험으로만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10조원 이상의 적자를 냈다. 가입자의 의료쇼핑 등 과잉진료와 일부 병·의원의 모럴해저드가 직접적 원인이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이 같은 문제에도 실적 쌓기를 위해 과거에 무리하게 실손보험 판매를 독려한 것도 사실이다. 당장의 4세대 실손 전환 외에도 소비자들의 불신 해소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