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알뜰폰 천만 가입자와 새로운 정책방향 필요성
2021-10-21 00:05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
알뜰폰 가입자 10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2021년 7월 기준으로 가입자가 981만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사 위기를 논하던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이동통신의 실질적인 경쟁 활성화를 통한 통신요금 인하를 목적으로 도입된 알뜰폰은 기존 통신사와 동일한 상품 기준 25% 수준의 저렴한 이용요금을 주무기로 하여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자급제 단말기에 알뜰폰의 저렴한 요금제 유심을 조합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동통신을 이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인식까지 더해지며 가입자가 꾸준히 증가하였다.
알뜰폰 도입의 목적에서 양적인 측면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1000만명이라고 해도 사물인터넷(IoT)이나 사물통신(M2M) 같은 사물인터넷 가입자가 포함되어 있어 실제 이용자 수는 그보다 적기 때문에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더불어 서비스 중심의 경쟁을 하기보다는 도매대가에 의존한 저가 상품을 주로 판매하는 데 집중해 질적 성장이 아직은 미흡하다.
알뜰폰 시장의 지속 발전을 위해 양적 성장과 더불어 동반되어야 할 서비스 품질 경쟁 기반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많은 연구에서 이동통신의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주요한 방안 중 하나로 논의하고 있는 것이 바로 시장의 집중도를 낮추는 것이다. 시장 집중도가 올라가면 독과점 상황으로 의미 있는 '서비스 중심 경쟁'보다는 '고객 유치 경쟁'이 주로 일어나고 이는 산업 내에 아무도 이득을 갖지 못하는 경제효용의 순손실을 발생시킨다. 통신시장에서 균형이 최적화되지 못해 불합리한 시장 가격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이동통신 시장의 시장 집중도를 낮추고 유효한 경쟁수단을 확보하는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현재 알뜰폰 정책은 서비스 혁신을 유도하는 진흥정책보다는 전체 이동통신 시장에서 4%밖에 차지하지 않고 있음에도 대기업 자회사 점유율 제한 등 시장구조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주로 논의되고 있다. 이런 규제보다 정부는 알뜰폰이 기존 통신사와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하고 서비스의 품질을 향상하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가 가능하도록 시장에 적극적으로 신호를 보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마련하더라도, 사업자나 투자자들이 외면하면 시장의 지속성장이 불가능하다. 알뜰폰 시장을 교란하는 무리한 요금 경쟁이나 과도한 경품 제공 등 출혈경쟁에 대해서는 엄격한 대처가 필요하다. 정부는 이러한 행위에 대한 명확한 규제 기준을 수립하여 공정한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이동통신 시장의 구태를 답습하는 과도한 경품 제공 등 비정상적 영업전쟁과 철저히 단절하는 것이, 알뜰폰 천만 이후 지속성장의 지름길이다.